전원공급장치는 데스크톱PC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장치다. 가정용 220V 교류 전원을 프로세서나 그래픽카드, 하드디스크가 쓸 수 있는 직류 전원으로 바꿔줄 뿐만 아니라 벼락 등 과전류가 들어올 경우 이를 막아 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전원공급장치 관련 업체들은 경기 불황과 시장 양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프로세서·그래픽칩셋 저전력화 = 2005년까지 PC 주요 부품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프로세서·그래픽칩셋은 ‘거함거포주의’ 경쟁을 벌여왔다. 데스크톱PC가 소모하는 전력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보다 안정적인 작동을 위해 400W~450W를 공급할 수 있는 전원공급장치에 대한 수요도 높았다. 하지만 2006년 인텔이 새로운 아키텍처에 기반해 내놓은 ‘코어2듀오’ 프로세서가 등장하면서 이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코어2듀오 프로세서의 평균 소비전력은 65W로 전 세대 제품에 비해 크게 낮아졌지만 성능은 훨씬 높았던 것. 게다가 인텔이 2011년 출시한 2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AMD 퓨전APU는 프로세서 안에 그래픽칩셋을 통합했다. 100W 이상 전력을 소모하는 그래픽카드가 없어도 1920×1080화소 HD 영상을 무리 없이 돌릴 수 있게 된 것.
게다가 그래픽카드 역시 소모전력 줄이기 경쟁에 동참했다. 지난 3월 엔비디아가 출시한 최상위급 그래픽카드 ‘지포스 GTX680’만 해도 소모 전력을 최대 195W 수준으로 낮췄다. 소모 전력은 낮췄지만 와트당 성능은 기존 제품인 GTX580보다 70%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고용량 전원공급장치를 갖춰야 할 필요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 ‘묻지마 파워’ 범람하는 시장 = 여기에 경기침체로 단 돈 천원이라도 더 저렴한 전원공급장치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시장에 함량미달 전원공급장치가 범람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전원공급장치 시장은 ‘묻지마 파워’로 불리는 저가 제품과 소수 하드웨어 마니아를 위한 고가 제품으로 양극화된 상태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전원공급장치 업계는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차별화된 전략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 최근 액벨(AcBel)사 전원공급장치 3종을 출시한 JMC글로벌은 전 제품에 5년 무상 보증을 제공하고 자사 제품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상해 주는 정책을 들고 나왔다. 이 회사 유민우 차장은 “보급형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위해 프리미엄 제품뿐만 아니라 저가형 제품에도 5년 무상보증을 적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대 10억 한도 보험 상품에도 가입해 소비자의 불편을 줄일 방침이다”라고 설명했다.
◇ 가장 큰 문제는 ‘PC수요 감소’ = 하지만 이런 노력과는 달리 국내외 데스크톱PC 시장이 하락세 일로인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시장조사기관 한국IDC가 최근 밝힌 바에 따르면 2012년 2분기 국내 PC출하량은 2011년 2분기 163만대에 비해 27만 대가 줄어든 136만 대로 집계되었다. 특히 데스크톱PC가 28만 8,000대 팔린 것에 비해 노트북은 41만 대 이상 팔린 것이 눈에 띈다.
가정에서 PC 구입을 줄인 것도 문제다. IDC 자료에 따르면 가정 PC 구입이 지난 2011년 2분기에 비해 28%나 줄였다. 한국IDC 김태진 책임 연구원은 “PC는 필수소비재가 아니므로 PC산업은 경제성장 전망과 궤를 같이하며 경기하강에 따른 소비지출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