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항소심에서 삼성에 져야" 美 워싱턴포스트紙

미국 유력 일간 워싱턴 포스트(WP)가 정보기술(IT) 업계의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애플이 항소심에서 삼성전자에 져야 한다는 전문가의 칼럼을 실었다.

WP는 31일(현지시간) 경영이론 전문가인 비벡 와드화(Vivek Wadhwa)가 쓴 `애플이 삼성전자의 항소심에서 패해야 하는 이유(Why Apple needs to lose the Samsung appeal)`라는 제목의 칼럼을 인터넷판에 게재했다.

인도계 미국인인 와드화는 IT 기업 경영자이면서 하버드대, 듀크대,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UC버클리) 등에서 강의와 연구 활동 중이다.

그는 칼럼에서 자신이 거의 모든 애플 제품을 나오자마자 사들이는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이면서 애플 주식도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열렬한 팬(huge fan)이라고 전제하고 애플이 승리하면 IT의 혁신을 방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리콘 밸리 뿐 아니라 애플 자체의 미래 혁신이 걱정된다는 게 이유다.

와드화는 "애플이 이기면 특허 전쟁을 더 촉발해 거대 IT 기업들이 계속 소송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윈도 독과점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랬던 것처럼 애플이 현실에 안주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아이디어를 취하고 지속적으로 재창조할 수 있는 생태계에서만 혁신은 이뤄진다"며 "그렇지 않으면 신생 기업은 애플, 삼성 등 대기업이나 `특허 괴물`과의 다툼으로 인한 파산 걱정에 시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생산보다 특허 소송 지원에 기업의 재원을 전용함으로써 5천억 달러의 손실이 생겼다는 연구 결과도 인용했다.

그러면서 IT 기업이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은 빠르게 움직이고 혁신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멈칫거리면 다른 기업이 아이디어를 복제하고 원천 기술을 가졌던 기업을 시장에서 내쫓는다는 것이다.

와드화는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꼽히는 것도 혁신을 중단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애플 승소 판결이 경쟁 기업으로 하여금 새 디자인을 창조하게 하는 등 혁신을 재촉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발명품이 수만개의 특허를 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 기술자도 모르는 특허를 배심원들은 어떻게 알겠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애플 또한 다른 기업의 기술을 토대로 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스티브 잡스의 매킨토시가 대중화에 성공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와 마우스, 그리고 태블릿 컴퓨터는 스탠퍼드 연구소나 제록스의 팔로알토 연구센터가 발전시켜 놓은 것을 기초로 했다는 것이다.

와드화는 잡스가 소송에 휘말리거나 거액의 특허료를 `특허 괴물`에게 지급해야 했다면 매킨토시나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