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그리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유럽 경제위기. 이로 인해 지갑을 열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해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가전업체로서는 올해와 내년은 예년엔 찾아보기 힘든 위기의 시간이다. IFA 2012를 찾은 주요 가전업체 경영진들도 마찬가지 고민이다. 시장은 침체되고 경쟁은 심화되는 상황이다. 이를 뚫고 새로운 발전 방향을 잡으려는 경영진들의 구상을 들여다봤다. 이들은 경제위기 속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면서 고객을 감동시키는 제품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입을 모았다.
◇`변화`=지난달 31일 IFA 개막 첫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우수이 미노루 세이코엡손 글로벌 사장은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수이 사장은 “많은 기업이 전환점에 들어섰다”며 “엡손도 다를바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과거 일본 기업은 `다쿠미(장인)`로 꼽히는 전문가 역량을 통해 성장했지만 2000년대들어 높은 원가로 인해 가격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보증수표로 통하던 `메이드 인 재팬`이 그저 비싼 가격표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엡손은 뼈를 깎는 변화를 추구했다. 엡손은 프린터사업을 40% 줄였고 로봇, 웰빙서비스, 웨어러블 컴퓨팅 분야를 확대했다.
우수이 사장은 “고객 만족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며 “시장 전환기에서 고객과 산업계에 반드시 필요한 기업이 되기 위해 제품을 다듬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에는 지갑을 연다. 불변의 진리다. 결국 고객이 찾는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자 대책이다.
브랙큰 대럴 로지텍 사장은 IFA 2012에서 고객 시선을 사로잡을 제품을 선보였다. 대럴 사장은 지난 4월 월풀유럽에서 로지텍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년 1월부터 게리노 데 루카로부터 로지텍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넘겨받을 예정이다.
대럴 사장은 이어폰, 헤드폰에서 무선 스피커에 이르는 다양한 신제품을 공개하고 소비자를 유인하겠다고 밝혔다.
로렌 아바디 파나소닉유럽 CEO도 IFA에서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아바디 CEO는 최근 가전 소비자 요구에 맞춰 에너지 절감, 친환경 제품을 부각시켰다.
그는 “파나소닉은 이산화탄소에서 해방된 스마트한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할 수 있다”며 신제품이 가진 경쟁력을 강조했다.
◇`고객`=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다. 고객을 만족시켜야 살아남는 것이 비즈니스 세계다. IFA를 찾아 직접 신제품을 발표한 히라이 가즈오 소니 사장은 “고객을 감동시키는 제품과 서비스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히라이 사장은 일본말로 `감동`을 뜻하는 `간도`를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감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시장에서 통한다”며 고객 감동을 최우선 가치로 들었다.
“고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공급해야 한다”는 게 히라이 사장의 지론이다.
그는 “소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이르는 융합을 강화해 턴어라운드와 비즈니스 성장을 가속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