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여개사 참가한 IFA 2012에서 단연 돋보인 것은 한국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였다. 개막 전 선보인 `갤럭시노트2`가 코리아 열풍을 예고한데 이어 한층 향상된 OLED TV가 나와 현장 분위기를 달궜다. 자연스레 두 회사 대표로 참석한 권희원 LG전자 HE사업본부 사장, 신종균 삼성전자 IM담당 사장, 윤부근 삼성전자 CE담당 사장(가나다 순)에게 시선이 모아졌다. 이들은 IFA에서 `세계 1위`라는 같은 목표를 향한 자신만의 철학과 계획을 풀어놓았다.
◇귄희원 사장, “`월드 베스트` 아니면 소용없다”
권희원 LG전자 사장은 TV 시장에서 또 한 번의 `빅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한국 기업이 지난 2000년 이후 벌어진 PDP·LCD TV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향후 2~3년 내에 차세대 TV 시장을 놓고 또 한 번 진검승부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쟁사와의 맞대결을 위해 권 사장이 마련한 비책은 `세계 최고 제품`이다. 권 사장은 “세계 TV 시장에서 1등이 되기 위해서는 `월드 퍼스트`나 `월드 베스트`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OLED TV 시장을 선점해 새로운 수익 모멘텀을 창출하는 한편 시네마 3D 스마트TV 시장을 선도해 세계 TV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고 자신했다.
경계 대상은 중국 업체다. 다행히 중국은 LG전자 뒤에 있다는 게 권 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중국 업체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중국 업체보다 앞서가는 것을 찾았고, 그 방향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고 우위를 강조했다.
OLED 등을 지나 다음 TV 기술 발전방향으로는 3D 홀로그램을 꼽았다. 그는 “아직 구체적인 그림을 예측하기는 이르지만 3D 홀로그램이 또 하나의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 사장은 IFA 행사장 방문과 협력사 미팅 등을 마친 후 오는 4일 한국으로 돌아간다.
◇신종균 사장, “혁신, 멈추지 않겠다”
신종균 사장은 모바일 사업 담당임에도 가전 전시회 IFA에서 가장 주목받았다. 지난달 29일 글로벌 텐밀리언셀러 갤럭시노트 후속작을 비롯해 안드로이드 카메라 `갤럭시 카메라`, 윈도8 시리즈 `아티브`를 대거 출시해 업계와 소비자 시선을 집중시켰다.
불과 일주일전 미국 애플 특허소송에서 사실상 완패한 것도 신 사장을 IFA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올려놓았다. 이를 의식한 듯 신 사장은 IFA 기간 중 언팩 외에는 공식행사 참석을 자제했다.
하지만 혁신을 향한 열정만큼은 감추지 않았다. 신 사장은 모바일 언팩이 끝난 후 “앞으로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쉼 없이 소비자들을 위한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겠다”며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특허전쟁 등 외적인 변수에 관계없이 삼성전자만의 혁신적인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신 사장은 언팩 행사 직후 1박 2일 일정으로 독일 인근 유럽 사업장을 둘러본 후 1일 다시 IFA 현장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날 오전 약 50분간 삼성전자 부스와 맞은편에 위치한 보다폰 부스를 다녀갔다. 부스를 살펴보면서 애플 특허소송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신 사장은 독일에서 선보인 갤럭시노트2, 갤럭시카메라를 비롯해 모바일 부문 제품과 솔루션에 대한 참관객 반응을 살펴보고 관계자들에게 개선사항을 지시했다.
◇윤부근, “느린 것은 못 참는다”
윤 사장은 IFA에서 2015년 세계 가전 1위 달성을 선언했다. 3년 안에 가전 전 분야에서 1등을 차지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다.
윤 사장은 세계 1등을 위해 “스피드`를 높이겠다”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백색가전은 산업 자체 스피드(변화속도)가 느린데 나는 스피드를 안올리면 못 참는 성격”이라며 “삼성전자 장점인 스피드를 잘 살린다면 2015년 1등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사장은 “(시장에서) 뒤따라가면 어려움이 있다. 사업을 리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발 경제침체 등 위기를 기회로 접근해야 한다며 승부사 기질도 발휘했다. 윤 사장은 “지금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고 불확실성이 커져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경제 위기로 인한 전자산업 개편은 우리에겐 위기가 아닌 최고의 기회”라고 말했다.
윤 사장은 31일 오전 IFA 전시장을 두루 살펴봤다. “(경쟁사 부스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없다”는 게 그의 총평이다. 필립스 스마트TV를 보고나서는 “2년 전 삼성전자 모델 디자인과 시리즈 이름까지 따라했다”고 지적했다.
윤 사장은 “속으로 `(우리가) 그림 그린대로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경쟁사와 (같은 자리에서) 싸우기 보다는 격이 다른 제품을 만들어 격차를 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부스 투어를 마친 후 협력사 미팅과 독일 연구소 방문에 이어 폴란드 공장 방문길에 올랐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