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은 2010년 현재 80.8세로 아직은 80세 시대지만 곧 다가올 100세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두가 허약한 100세가 아닌 건강한 100세를 원하는 만큼 건강하게 수명을 연장하는 데 관심이 높다.
건강한 100세를 위해서는 일반 국민 대상 복지정책, 삶의 습관 및 생활방식 변화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적 노력도 이에 포함된다. 그동안 국가에서 과학기술적 노력의 일환으로 투자해온 분야를 꼽으면 신약개발을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정부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지원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신약개발 역량 측면에서 아직 각계의 많은 비판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우리나라 제약업계의 신약개발 역량은 항생제, 농약 개발 등 초보적 수준의 연구개발 과제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우리 수준에 비해 목표가 터무니없이 높았다. 역량과 목표의 격차가 매우 컸다.
그러나 20년 넘게 정부를 중심으로 주요 제약기업이 꾸준히 신약개발에 투자해온 결과, 연구개발(R&D) 투자도 꾸준히 늘었고 신약도 20개 가까이 개발해 성과 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일궜다. 이제는 과거 격차를 상당 부분 좁혔다고 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비약적인 성과`를 신약개발 부분에서 이뤘다.
이제는 우리 제약업계가 직면한 현실을 냉철하게 들여다볼 때다. 해가 갈수록 신약개발 시간과 비용이 증가하고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이 저비용을 무기로 우리를 밑에서부터 압박하고 있다. 우리는 신약개발 선진국이 위에서, 개발도상국이 아래에서 압박하는 넛크래커 현상에 처해 있다. 이제는 짧은 시간 비약적 발전에 고무돼 있을 때가 아니다. 현실이 더욱 냉혹해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요즘 제약업계는 약가 인하, 자유무역협정(FTA) 등 여러 측면에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과거의 노력을 발판 삼아 시장에서 살아남아 진정한 승부를 펼칠 때다. 이에 따라 정부도 여러 계획을 내놓았고 제약업계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여러 부처에서 단계별로 신약개발 R&D를 지원해왔다. 각 부처에서 의욕적으로 지원하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부처 간 역할분담과 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별적 추진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모든 부처가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지원하고, 차별화하지 못한 구조로 전임상·임상시험을 지원한다. 신약개발 선진국보다 턱없이 부족한 금액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인데 이마저도 집중적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주기 지원을 하고 있는 사업들과 기존 단계별 지원사업 간 역할분담도 모호한 상태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특히 부처별 사업을 통합적 시각으로 접근해 최적의 투자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또 부처별로 관리하고 있는 투자, 성과 현황 등을 한 파이프라인으로 통합 관리하는 일도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정답은 없지만 지금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각각의 사업을 국가 차원의 통합적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투자 구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함께 고민한다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건강한 100세 시대를 머지않은 시기에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유승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생명복지사업실장 biojun@kis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