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고스피어]강남스타일과 실명제 사각지대](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09/03/325927_20120903154034_107_0001.jpg)
네트워크 솔루션 업체 샌드바인의 2011년 글로벌 인터넷 리포트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 유선 인터넷이 가장 많이 쓰이는 시간의 트래픽 49.2%가 리얼타임 엔터테인먼트에 집중됐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보는 것을 뜻한다. 비율도 2009년 29.5%에서 2011년 49.2%로 급상승했다.
세계에서 소비자가 인터넷 동영상을 가장 많이 보는 곳은 유튜브다. 2011년 기준으로 한 달에 1억명 이상의 소비자가 방문했다. 매일 올라오는 동영상 길이는 8년 동안 시청할 수 있는 분량이다. 하루에 30억편 이상의 동영상이 소비됐다.
하지만 유튜브 서비스는 실명제 사각지대고 저작권에 저촉될 수 있는 동영상을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청소년이 보면 유해한 성인물 비디오도 회원 가입 없이 시청할 수 있다. 매우 위험하면서 저작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자의 사기를 꺾을 수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청소년에게 게임보다도 유해성이 높을 수 있는 서비스를 여성가족부는 왜 그대로 방치하는지 궁금하다.
국내 회사는 동영상 서비스를 당연하게도 국내법에 따라 여러 절차를 지키면서 운영했다. 소비자는 회원 가입을 해야 했고 실명제를 지키고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만 했다. 한때 판도라TV가 성공적인 벤처로 회자되기도 했지만 옛날이야기다.
유튜브는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만인 2010년에 국내에서도 동영상 서비스로 1위에 올라섰다. 정부에서는 유튜브에도 제한적 실명확인제를 요구했지만 구글은 거부했고 한국은 업로드를 배제하면서 대응했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을 쫓아가지 못하는 법망을 피한 것뿐이다. 국내 동영상 서비스에 역차별에 가까운 실명제 덕분에 소비자가 간편한 유튜브를 많이 사용하면서 유튜브가 1위로 성공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유튜브가 `강남스타일`과 싸이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줬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튜브가 글로벌 플랫폼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비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가 보기엔 점잖치 못한 싸이의 노래를 세계 소비자가 7900만회 이상 시청했다. 인기를 끌게 되니 자연스럽게 CNN에 두 차례 소개됐고, 싸이는 미국 TV 아침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했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돼 있었다는 얘기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나는 최소한 콘텐츠에 대해서만큼은 소비자가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복잡한 경제나 정치 문제가 아니라면, 다수 소비자가 직접 판단할 수 있는 음악과 영상 같은 콘텐츠 분야라면, 자율과 진흥이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 다수의 자정 능력이 우리가 가져야 할 문화 수준이고 선진국의 품격이다.
황병선 블로그 `퓨처워커(futurewalker.kr)` 운영 marsninehw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