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특집1-ICT한류]한국 기술로 신재생에너지 충당하는 불가리아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를 벗어나면 양 옆으로 광활한 평야가 눈에 들어온다. 밀과 해바라기 밭이 끝없이 펼쳐지는 평야다. 광활한 평야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로 3시간을 달리면 인구 3만명 규모의 얌볼시가 나온다. 얌볼 시내를 지나 외곽으로 가면 엄청난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가 눈에 들어온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가 1년 중 350일 이상인 불가리아는 태양광 발전에 최고의 환경을 갖췄다. 태양광 모듈에 반사되는 빛이 너무 강해 선글라스를 끼지 않고서는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다. LG CNS가 구축한 얌볼 태양광 발전소다. 불가리아는 지난해부터 한국 기술을 활용해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정식으로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된 불가리아. 불가리아는 EU 가입과 동시에 2020년까지 전체 소비전력의 16%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하는 의무를 갖게 됐다. 불가리아 정부는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확대,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로 했다. 문제는 열악한 정부 재정이다.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 태양광 발전소 인프라 구축이 불가리아 정부에게는 부담이다.

◇불가리아, EU 중 발전보조금 가장 높아=불가리아는 재정문제 극복을 위해 발전차액을 지원하는 보조금 제도를 만들었다. 2007년 재생·대체 에너지법을 제정, 보조금 제도(FIT)를 도입한 것이다. 불가리아의 발전 차액 보조금은 EU 지역에서 가장 높다. 상당수의 태양광 발전소 구축 투자자들이 불가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중국, 미국 등이 앞 다퉈 투자에 나섰다. LG CNS가 불가리아에 구축한 태양광 발전소도 그 중 일부다.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스트로너지쏠라코리아가 중국개발은행(CDB)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받아 불가리아에 투자한 것이다.

아스트로너지쏠라코리아는 지난해 말 불가리아에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하기로 하고 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무엇보다 2012년 7월까지 사업을 완료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해야 했다. 사업자 선정과 계약기간을 고려하면 프로젝트 기간이 길어야 5개월을 넘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기업이 중국 기업이기 때문에 중국 기업을 선정해야 한다는 압력이 있었다. 신진영 아스트로너지쏠라코리아불가리아법인 대표는 “짧은 프로젝트 기간 내 사업을 완료할 수행업체가 필요했다”면서 “이러한 역량을 갖고 있는 곳은 한국의 대기업뿐이었다”고 설명했다.

기업 인지도가 높은 회사도 필요했다. 불가리아가 EU 회원국이라 하더라도 공산주의 체계가 붕괴되고 자본주의가 도입된지 오래되지 않는다. 행정처리가 규격화된 프로세스만으로 처리되지 못했다. 높은 인지도로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생길지 모를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원했다. 이런 면에서 LG CNS는 역량이나 기업 인지도 모두 사업자로서 손색이 없었다.

◇한국 태양광 발전소 기술, 불가리아에 적용=LG CNS는 불가리아 태양광 발전소 구축 사업을 수주, 지난 2월부터 사업에 착수했다. 신재생에너지에 최근 눈을 뜬 불가리아에 선진화된 한국형 태양광 에너지 기술 이식이 본격화 된 것이다. LG CNS는 얌볼(2곳), 수몰릭, 발친, 스코벨레보 지역에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했다. 총 21.3메가와트(MW) 규모다.

태양광 발전소 구축은 태양광 모듈 설치와 운영시스템 구축으로 구분된다. 현장에서 모듈을 구조물에 설치하는 작업과 태양광 모듈에서 생산되는 직류(DC) 전기를 교류(AC) 전기로 전환하는 인버터 장비를 설치하는 작업이다. 태양광에너지생산시스템, 모니터링시스템, 보안시스템 등도 구축한다. 이중 모니터링시스템은 불가리아 태양광 발전소 중에서는 처음 적용했다.

한국의 LG CNS만이 갖고 있는 고유 시스템이다. 모니터링시스템은 발전소 내 시스템을 연계 통합해 전체 장비에 대한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CCTV 등 보안시스템과 연계해 영상관제도 가능하다. 모바일로도 적용해 이동 중 시스템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현지에서 태양광 발전소 운영 지원을 담당하는 홍현성 PNH 대표는 “현지 운영담당자들이 LG CNS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 매우 만족해 한다”면서 “모니터링시스템은 LG CNS가 불가리아 태양광 발전소 중 최초로 적용했다”고 소개했다.

◇유물 발견 등 프로젝트 순탄치 않아=태양광 발전소 구축 프로젝트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짧은 사업기간을 맞춰야 했다. 7월 말까지 완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발전차액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기간에는 맞춰야 했다. 그러나 5개월 만에 사업을 완료한다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LG CNS는 설계·자재구매·시공을 병행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설계가 일부 완료되면 그에 맞는 자재구매가 이뤄지고, 바로 시공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단계적 적용이 아닌, 병행 적용이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반면에 진행과정에서 문제가 발생되면 설계, 자재구매, 시공 모두가 잘못되는 상황도 발생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일정 및 이슈관리를 매주 수시로 진행했다.

의사소통도 문제였다. 프로젝트 현장에는 한국어는 물론이고 불가리아어, 영어, 이태리어 등 4개 언어가 혼재돼 사용됐다. 통역에 통역을 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됐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LG CNS는 발주기관·사업자·협력업체 간 의사소통을 강화했다. 어떤 의사결정이든 3단계에 걸쳐 재확인을 했다. LG CNS는 이러한 노력으로 사업기간을 맞춰 완료했다.

그러나 한 사업장에서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스몰릭 지역에서 발전소 구축을 완료하고 가동을 앞둔 상태에서 유물이 발견됐다. 발전소 가동 허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유물 조사가 완료되기 전에는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것이 불가리아 정부 입장이었다. 스몰릭 지역을 관장하는 까르노뱃 시의 조지 디미트로브 시장은 “불가리아 정부 입장에서는 유물이 발견되면 조사를 하는 것이 정식 프로세스”라며 “사업자 입장에서는 불편하더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 의미 있는 유물이 발견되지 않아 9월 초 정식으로 발전소가 가동됐다. 당시 LG CNS는 직접 비용을 들여 유물조사를 지원하기도 했다.

아스트로너지쏠라코리아는 LG CNS의 수행 능력을 만족, 루마니아와 그리스 사업도 함께 진행하기를 희망했다. 장치평 아스트로너지쏠라코리아 대표는 “동유럽, 아시아 등을 대상으로 태양광 발전소 구축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국내 최고의 구축 역량을 갖고 있는 LG CNS 등 한국기업과 계속해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피아·얌볼(불가리아)=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