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설한 경기도 파주시 LG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동`의 7층. 크리에이티브룸 한 켠에는 5명의 연구원들이 모였다. 한 연구원이 일어나 화이트보드에 자신의 생각을 개념도로 표현한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연구원이 저마다 한마디씩 건낸다. 회의실도 있지만 보다 편안한 공간에서 마음껏 생각을 표출하고 싶을 때면 크리에이티브룸을 찾는다. 수면실은 아니지만 해먹도 마련되어 있고 생각에 잠길 수 있는 혼자만의 공간도 조성되어 있다.

크리에이티브룸을 나서면 7층에는 각종 게임기가 설치된 펀존(Fun Zone)을 비롯해 휴게실·수면실·피트니스센터·연구자료실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다. 평일 4시 한창 근무시간이지만 상당수 연구원이 이런 시설을 거리낌없이 이용하고 있다. 마치 구글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자유로운 근무 현장을 연상케 한다.
이 곳은 지난 4월 오픈한 LG디스플레이의 연구개발 전용 건물, R&D동 모습이다. 파주 LCD 모듈 공장에 자리잡았던 연구소와 각 사업본부 별 연구조직이 입주하면서 이제는 2500여명이 한 데 모여 디스플레이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사업 조직 곳곳에 흩어져있던 연구개발 역량을 한 곳에 모은 공간이다. 지하 1층, 지상 15층의 연면적 6만8572㎡(2만743평) 규모로 디스플레이 전용 연구 건물로는 국내 최대다. 공정 테스트 공간인 클린룸과 실험실도 함께 구축해 기술개발 및 양산성 테스트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LG디스플레이의 R&D동은 LCD 시장이 여전히 불황에 빠져 있는 가운데 오픈된 공간이라는 점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불황을 이기는 희망을 R&D에서 찾겠다는 뜻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R&D동은 6분기 내리 적자를 거듭하는 상황에서도 그늘을 찾아보기 힘들다. 창의력을 북돋우기 위해 기둥 곳곳을 노란색과 연두색 등으로 칠해, 화사함이 가득하다. 오히려 불황이라는 현재보다는 미래를 향해 달리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재료·공정·기구광학·회로 조직으로 나뉘어 중장기 R&D를 주로 담당하는 연구소 조직과 각 사업부의 연구개발 조직이 모두 이 R&D 동에서 함께 일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곳을 OLED와 전자종이, AH-IPS 등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60인치 이상 투명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R&D 프로젝트도 새로 시작했다.
강인병 연구소장은 “연구개발조직을 위한 전용 공간은 연구원들이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데 의미가 있다”며 “신시장 창출의 싹을 이곳에서 틔우고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