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한국형 리더십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를 강타했던 경영 이론이 있다. 이면우 교수가 주창한 `W이론`이다. `신바람 이론`으로 불리며 인기를 모았던 W이론은 미국 경영학자 더글러스 맥그리거가 내세운 X이론이나 Y이론과는 또 다른 한국형 경영 이론이다.

X이론은 `인간은 원래 일을 싫어해 안 하려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니 생산성을 높이려면 명령이나 처벌로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 중심 내용이다. 반면에 Y이론은 인간은 타인에 의해 통제된 목표가 아니라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위해 노력한다고 반박한다.

W이론은 한국인 성향에 주목했다. 한국인은 서구인과 달리 일단 흥이 나면 미친 듯이 몰두하는 경향이 있지만 신이 나지 않으면 아무리 하라고 해도 결국은 성의 없이 시늉만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전통적 기질인 신바람과 흥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 W이론의 핵심이다.

벌써 몇 년째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저기서 암울한 얘기만 들려온다. 기업은 생존을 버거워하고, 노사 분규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다 우리네 힘의 원동력인 `흥`이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 개설한 `월드클래스 융합최고전략과정(WCCP)`이 오늘 개강한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융합기술과 노하우는 물론이고 한국형 리더십을 전달하기 위한 과정이다. 한국형 리더십을 설파해 온 손욱 교수(전 농심 회장)가 주도해 개설했다.

손 교수의 한국형 리더십은 `한국인은 감성적`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세계 최고 융합 산물인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대왕이 그랬듯 감성을 자극해 신바람 나는 동기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그는 이를 `세종리더십`이라 부르지만 결국은 신바람 이론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개강하는 WCCP가 침체된 경기에 새로운 신바람을 몰고 와 주기를 기대한다.

김순기 경인취재 차장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