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살기 힘들다고 한다. 얼마 전 정년퇴임한 교수 한 분의 `생활비를 반으로 줄여 사는 비법`에 남의 일 같지 않아 나도 귀를 쫑긋했다. 듣고 보니 재래시장에서 `반값`으로 쇼핑하는 요령이었지만 말이다.
반값! 얼마나 좋은가! 아닌 게 아니라 선거철을 맞아 `반값 등록금` `반값 아파트` 등 짜릿한 구호들이 요란하더니 이번에는 `반값 통신비` 공약도 등장했다. 과격하게 들리지만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이 통신비에 부담을 느낀다니 그 취지가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물론 통신비 인하는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며 그 이유는 타당하다. 시장 자율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개입하려는 것도 문제지만, 이미 수익성이 하락하는데 미래 투자여력까지 뺏는다면 정보기술(IT) 생태계가 공멸하리라고 경고한다. 총가입자 5200만명, 스마트폰 가입자 2800만명에게 세계 최상의 통신품질을 제공하려면 신규 망 증설 투자는 필수다. 따라서 정치권의 무책임한 통신비 인하 공약은 `포퓰리즘`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반대 여론도 드세다. 먼저 통신 3사의 기본료 수입 7조원을 포함한 무선매출 22조원 대비 무려 20%에 이르는 4조원의 영업이익과 7조원의 마케팅비 지출부터 지적한다. 망 투자비 6조원과 주파수 경매비용 2조원을 빼고도 엄청난 폭리였는데 괜히 엄살이란다.
수익성 감소의 원인도 기본료 1000원 인하가 아니라 스마트 시대 무방비였다는 것이다. `제살 깎아 먹기`식 광고비를 낮추고 `주파수 공용제`만 실천해도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잘못된 요금인가제로 장기간 통신사만을 비호하며 정작 통신원가 공개 청구엔 함구한 채 민영화로 매년 1조원의 국부유출만 초래한 정부를 지탄하기도 한다.
누가 옳든 `가구당 월평균 15만원`은 부담스럽다. 아니, 요즘은 스마트폰 할부금까지 감안하면 1인당 월 10만원도 흔하다. 그래서 나 같은 서민은 `반값 통신`을 외치는 이동통신재판매(MVNO) 기업 광고에 눈이 절로 간다. 보이스톡을 핑계 삼아 사실상 요금 인상을 준비 중인 대기업이 안타깝다.
그러나 방향은 맞다. 요금제 개편이 대안이다. 어차피 미래는 음성·문자보다는 데이터가 트래픽의 95%를 유발할 것이므로 데이터 위주로 개편하되, 언젠가 LGU+의 발표처럼 3만원 수준의 최저 요금제에서도 모바일 음성통화(m-VoIP)는 개방하는 것이 옳다.
기본료는 `기가 코리아`를 위한 설비투자계획과 원가 공개로 그 적정선을 입증하고, 추가 수익은 콘텐츠와 해외시장에서 찾으라. 사용량 5%에 불과한 80% 이용자를 데이터 총량제와 와이파이망 공유 및 정가 단말기 자급제로 보호한다면 대다수 서민에겐 정치권의 주장처럼 `반값 통신`도 가능하리라.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주인공 조던은 교수직을 던지고 참전하지만 전쟁의 참혹함을 접하며 공화군의 대의에 의문을 품게 된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겠으나, 대학을 떠나 한때 공직을 맡았던 나 역시 비싼 통신비에 절규하는 소비자단체나 망 중립성을 호소하는 인터넷업계를 상대로 `통신망 우선`이라는 대의만을 내세우는 전문가를 만나면 자문하게 된다. `과연 누구를 위하여 전화벨은 울리나.`
내 반값 생활대책? 먼저 m-VoIP와 소셜커머스가 떠오른다. 정년퇴직 후엔 `교외의 작은 아파트, 차 대신 지하철, 취미는 그림`이 정답일 듯싶다. 그런데 손자들 용돈이 가장 문제라던데!
이주헌 한국외대 교수·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jhl10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