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책을 `공짜`로 나눠주는 교수가 등장했다. 비결은 `전자책` 덕분이다. 주인공은 강명수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다.
강 교수 수업에는 책과 노트가 필요 없다. 전자책 `카드북`을 교재로 활용한다. 학생들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에서 교재를 본다. 스마트 시대에 대학 강의가 `스마트`하게 변하면서 나타난 풍속도다.
강 교수는 자신이 만든 전자책을 `디지털 마케팅` 수업에 사용했다. 책은 공짜다.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도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강 교수는 “수업시간에 카톡이나 게임 등 스마트폰으로 학생들이 딴 짓을 많이 하는데 차라리 공부에 활용하라고 전자책 교재를 만들었다”며 “등록금 1000만원 시대에 책값 부담을 덜고 저작권 문제도 발생하지 않아 1석3조”라고 말했다.
파워포인트 수업과 다른 점은 전자책은 제작 자체에서 마케팅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강 교수는 매 학기마다 전자책을 어떻게 디지털 마케팅으로 활용할지 직접 만들어 보라는 과제를 낸다.
처음엔 학생들이 잘 해낼 수 있을지 우려가 컸다. 그러나 두껍고 비싸서 잘 사지 않는 대학 졸업앨범을 학과별 디지털 졸업앨범으로 만들자는 학생, 대학 내 뉴스를 실시간으로 올려 소통하는 대학신문을 만들자는 등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게 나왔다.
강 교수 수업은 재미와 실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당연히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 그는 “경영학의 성격상 학생들이 책에 나온 이론보다 실생활에 적용되는 수업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취업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는 “전자책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하라”고 조언한다.
지금은 디지털책을 무료로 배포하지만 앞으로 적정한 가격을 정해 유료로 팔 계획도 있다. 강 교수는 “책 판매에서 번 돈을 장학금으로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오늘도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강의를 연구한다. 2007년부터 `산학협동식` 수업으로 다른 학교 4곳과 연계해 진로와 공모전을 열었다. 해마다 제자들이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전자책 수업은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이다. 다른 학교 경영학 교수들도 그의 수업 방식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강 교수는 “더 나은 강의를 위해 교수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며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따라가고 학생들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 수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