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전 세계 원자력 산업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원자력 르네상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승승장구 했던 글로벌 원전 수출시장은 된서리를 맞았다.
한국수력원자력(대표 김균섭)은 후쿠시마의 망령을 떨쳐내고 원전 수출산업 육성으로 다시금 원전 르네상스를 부흥시킨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물론 국내 원자력 유관기관의 역량을 총 결립해 국가 총력전의 기세로 원전 플랜트 수출사업을 추진하려는 의지다. 시장 분위기도 1년전과 달리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다.
한수원은 원전은 물론 정비시장·단위기술·기반조성 사업 등 원자력 관련 다양한 분야에서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 가장 큰 그림인 한국형 원전 플랜트 수출은 대상국을 중점 추진국과 수출기반 조성국으로 구분해 공략에 차별화를 두고 있다. 중점 추진국은 이집트·터키·베트남·사우디·핀란드·폴란드 등이며, 수출기반 조성국은 말레이시아·태국·인도·쿠웨이트 등이다.
중점 추진국은 원전 도입이 임박한 국가로 국내 원전 기술력과 안전성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원전 재가동 등 후쿠시마 이후 원전의 긍정 분위기가 싹트면서 내년부터 중동권을 시작으로 원전 공개입찰 재개를 예상,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예정이다. 수출기반 조성국에는 플랜트의 직접적인 수출 계획보다는 해당 국가의 원전 친밀도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시아지역 국가 등 원전 도입 대상 지역에 관련 교육훈련 시행과 인력양성사업을 통해 자연스레 원전 코리아의 이름을 인식시키는 전략이다.
플랜트 이외의 단위기술 수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우수 운전·정비 기술을 활용해 해외 노후 원전을 대상으로 선진 정비 프로세스 구축과 성능개선 작업 등을 벌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엠발세 원전, 캐나다 달링톤 원전 등 운영사업 분야의 진출도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자력 역사 30년, 우리의 기술은 물론 인력들도 바다건너 현장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유럽·미국 등 주요 원전국들이 스리마일섬과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관련 산업을 육성하지 않던 사이 우리는 그 격차를 따라잡아 오랜 기간 원전 운전 경험을 갖추고 있는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게 됐다. 이제는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국내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우리의 고급인력을 탐내고 있을 정도다.
내년에는 해외 원전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다. 국내 고유 원천기술만 적용한 APR+ 원자로가 올해 말 완성되기 때문이다. APR+는 UAE 수출 원전보다 진화된 모델로 초 고용량 발전시장에서 원전 선두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