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 가정, 게임으로 자신감 찾았다

“게임을 하면서 소정이가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기쁜 일이에요. 다른 일에도 처음에는 힘들어도 `넌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됐어요.”

딸 이소정양(13, 한수초 6년)과 함께 전국 장애 e스포츠대회에 참가한 어머니 홍성희씨(42)는 4일 경기를 앞두고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 앉은 이양이 오히려 담담한 표정으로 “오늘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목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양은 정신지체 장애가 있다.

전국 장애학생 e스포츠대회에 참가한 이소정 학생(왼쪽)이 어머니와 함께 우승을 기대하며 파이팅을 하고 있다.
전국 장애학생 e스포츠대회에 참가한 이소정 학생(왼쪽)이 어머니와 함께 우승을 기대하며 파이팅을 하고 있다.

모녀는 장애 학생과 보호자가 함께 팀을 이뤄 출전하는 통합부문 본선 경기를 앞뒀다. 각 지역, 온라인 예선전을 거친 전국 8개 팀이 넷마블의 보드게임 `사천성` 실력을 겨룬다.

홍씨는 지난해 학교 교사의 권유로 대회에 참가하면서 딸과 함께 처음 게임을 했다. 당시 모녀는 고양시 대회에서 2등을 차지했다. 올해 경기도 대표로 대회에 참가했다. 장애 학생의 `온라인 올림픽`으로 불리는 이 대회에 참가한 장애 학생, 교사, 가족은 총 1600여명에 이른다. 7개 종목으로 이틀간 치러진다.

“장애 아동은 상을 받을 기회가 흔치 않아요. 지난해 처음 대회에 참가해 학교 조회시간에 많은 친구들 앞에서 상과 함께 박수를 받았어요. 소정이도 그때 이야기를 자주 하면서 무척 좋아해요.”

늘 도움을 주던 딸에게 도움을 받은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같은 그림의 퍼즐을 맞춰서 화면에서 모두 사라지게 만들면 끝나는 게임 방식은 홍씨에게 낯설었다.

홍씨는 “딸이 장애가 있기 때문에 늘 제가 아이에게 잘못을 지적하거나 이것저것 못 하게 하는 편이었죠. 소정이가 게임에 더 능숙하니까 힌트 찾는 법도 가르쳐주고 제가 도움을 받는 편이에요”라고 말했다. 소정이도 “(어머니와) 같이 게임을 하는 게 즐겁다”며 웃었다.

홍씨는 “게임이 무조건 나쁘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딸과 함께 하면서 게임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한글 배우는 것도 쉽지 않은데 `워드(타자)` 게임같은 것만 해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평소에도 가족들이 함께 가정용 게임기인 닌텐도 위 스포츠로 탁구나 테니스, 수영같은 체감형 게임을 즐겼다. 그녀는 “장애 아동은 비장애 아동보다 신체적 균형 감각이 부족해 스포츠게임을 같이 하면 재미도 있고 연습도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집안에 전국 대표는 한 번도 없었어요. 자랑스럽죠.” 모녀는 서로 손을 꼭 잡았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