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특집1-ICT한류] `현지화`가 성공 가른다

해외사업 한계와 극복 여부는 `현지화` 정도에 따라 판가름 난다. 전혀 다른 문화와 의사 결정 구조를 가진 해외 국가에서 IT서비스 사업을 하려면 그 나라 사람과 제도, 문화를 깊게 이해하고 융합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해외 사업의 경우 현지 문화와 사람, 제도와 법 등 다양한 요소를 잘 버무려야 하는 `프로젝트관리자(PM)`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특유의 국민성, 특색있는 문화에 부딪치거나 적응해야 했던 사례는 적지 않다. 이슬람 국가에서 IT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라마단` 기간과 프로젝트가 중첩되면 손을 놓고 기다려야 하기도 한다. 한 IT서비스 임원은 “라마단 기간에 접어들면 한 달간 프로젝트가 중단되기도 하기 때문에 그 이전에 프로젝트를 완료하거나 미리 대책을 세워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리 알고 대처하는 것과 모르는 것과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성향에 대한 조사와 파악이다. 예를 들어 비전을 중시하고, 프로세스를 잘 준수하는 인도 인력들을 잘 관리하려면 역할을 잘 분배하고 관리하면서 개인 커리어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오랜 식민지 생활을 겪은 필리핀 등 국가에서는 적극적으로 제안 혹은 시간을 리드해가는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자부심 등을 고려해야 하며 하대했다간 큰 코를 다친다. IT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진정한 파트너로서 신뢰를 주지 못하면 자존심을 다치게 해 협업이 어렵게 된다”면서 “항상 해당 국가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현지 음식과 현지 사람들의 취미 및 일상생활에 동화되는 것도 중요하다. 필리핀은 8시에 출근해 4시에 퇴근하는 전형적인 미국식 업무 방식으로 휴일도 많고 12월은 거의 쉰다. 이러한 문화와 제도적 환경을 이해 못하면 프로젝트 기간을 잡기가 쉽지 않다.

캄보디아에 진출해 `국가 과학기술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했던 투이컨설팅은 한국과 다른 현지 IT 인프라 수준에 맞춰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사전 조사에 총력을 기울였다. 대학의 과학기술 교육 수준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는 등 현실 가능한 마스터플랜 수립을 진행했다. 차이턴 캄보다아 기획부 장관은 “우리는 아직 과학기술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 못하다”면서 “무엇보다 캄보디아의 현실을 잘 이해해준 상태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승봉 투이컨설팅 팀장은 “해외 사업은 경우에 따라서는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해야 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문화가 다르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기도 한다. `불교 국가` 스리랑카에서는 데이터센터를 지어야 하는 자리로 뻗어 나온 `보리수 나무 가지`를 자르지 못해 데이터센터 건립이 늦어진 사연도 있다. 현지 프로젝트 관계자는 “현지 불교인들은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 나무를 신성시해 가지를 자르면 안 된다고 굳게 믿고 있다”며 “가지를 치기 위해선 불교종단의 허가를 득해야 했고 이 작업에만 세 달이 걸리면서 본사의 이해를 구해야 했다”고 말했다.

LG CNS가 구축한 불가리아 스몰릭 지역의 태양광 발전소 현장도 유사하다. 발전소 구축을 완료하고 가동 직전에 유물이 발견됐다. LG CNS 입장에서는 유물과 상관없이 가동 인허가 받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불가리아는 국가 전체가 유네스코에 지정된 문화 유적 국가다. 유물이 발견되면 사소한 것이라도 모든 사업을 중단하고 유물조사를 진행한다. LG CNS는 유물조사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LG CNS의 이러한 행동은 불가리아 정부에 큰 감동을 줬고, 유물 조사가 완료된 직후 바로 인허가를 받았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