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특집1-ICT한류]ICT 한류의 한계와 극복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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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한류`를 위해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언어·문화·제도 등 해외 사업을 추진할 때 기술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의 글로벌화가 미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 집중해온 ICT 기업의 근본적 체질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주요 한계점과 극복 방안에 대해 알아봤다.

전자신문이 ICT 해외 사업을 분석한 결과, 프로젝트 `수주 과정` `진행 과정` `완료 이후` 등 세 가지 관점에서 각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제기됐다.

수주 과정에서는 △단기적인 결과 위주 접근 △공적재발원조(ODA) 전략적 접근 부재 △가망 사업 내용의 다양성 부족 등 문제가 부각됐다. 수주 이후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는 △언어 소통 △문화적 융합 부족으로 기술 위주 접근 △현지 수준에 대한 몰이해 등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또 프로젝트 완료 이후에도 후속 유지보수 대책 미흡으로 인한 사용률 저하 등 갖가지 문제가 나타났다.

◇단기적 접근 금물…최소 2년 이상 워밍업=한국 ICT 기업이 해외 현지 기업의 문화와 제도에 융합되고 신뢰를 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적게는 1년 반에서 많게는 3년이 소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사업을 하고 있거나 관련 사업을 펼치는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아직 해외 경험이 많지 않은 국내 ICT 기업 특성상 지속적인 `스킨십`과 문화적 침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최종문 주 스리랑카 대사는 “삼성전자가 1980년대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는 전자상가 구석에 자리해 제품에 먼지가 수북이 쌓여있는 이름 없는 브랜드였지만 치열한 경쟁을 통해 지금처럼 성장한 것”이라며 “IT서비스 등 ICT 기업들도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보다 치열한 경쟁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삼성SDS·LG CNS·SK C&C 등 ICT 기업조차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 성공한 경험이 많지 않아 `단기간`의 성과 위주 접근으로는 해외진출 확대가 어렵다.

기업들은 적지 않은 출장비와 체류비, 긴 프로젝트 준비기간 등으로 사업 실패를 우려해 선투자를 꺼려왔다. 이는 해외사업을 국내 사업 수주과정과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김진오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필리핀사무소장은 “오랫동안 현지 기관·기업과 직접 교류하고 문제점을 공유하는 등 스킨십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면서 “`출장비는 쓰면서 사업이 없다`고 탓하는 상황은 해외사업에서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사업 발굴단계에서 해외사업 포트폴리오가 일부 전자정부 사업에 국한돼 있는 등 아직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못한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 IT서비스 기업 해외 영업 담당자는 “해외에서 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아직 쉽게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의 경쟁력과 현지 시장 현황을 면밀히 조사하고 보다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해외 IT 수출이 KOICA 등 ODA 의존도가 높다보니 전자정부 분야에 집중되고 있는 현상과도 연계된다. 한국기업 진출이 내정된 ODA 사업 형태인 `타이드(Tide)`형 원조 사업 시 국내 ICT 기업들 간 경쟁으로 인한 출혈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한발 더 나아가 국제 경쟁 입찰 체계인 언타이드(Untied) 형 원조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높이거나 궁극적으로 해외 사업 중 ODA 사업 비율을 점차 낮춰갈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의견도 나온다. 이동구 KOICA몽골사무소장은 “ODA 지원 사업을 수행하더라도 향후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것을 고려해 프로젝트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IT 실무 회화 및 소통 역량 급선무=국내 IT 기업의 해외 현장취재 결과 발주기관과 사업자 간 `프로젝트 진행 도중` 가장 큰 불편함은 언어 소통이다. 인도 정부기관 관계자는 “영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이 한국 기업과 프로젝트에 가장 큰 애로 사항이었다”면서 “더 많은 해외 기업과 협업하기 위해 언어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기관 관계자도 “언어적 장벽으로 인해 영어를 할 수 있는 일부 직원이 일일이 개입 혹은 회의 때마다 참석하거나 이곳 현지 업체와 협업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바레인, 몽골 등 정부관계자도 모두 프로젝트 중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언어 소통을 꼽았다.

이에 따라 해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실질적인 외국어 소통 역량 향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습량은 많지만 `말 못하는 영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한국식 영어교육의 문제점도 부각된다. 언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응책은 크게 기존 관리자 및 엔지니어 영어 숙련도 강화와 해외 인력 채용 및 기술 배양 등 두 가지 대응 방안으로 나뉜다. IT와 사업에 대한 이해도는 높은 관리자급은 외국어 역량이 낮고, 신입사원들의 경우 외국어 능력이 높지만 기술과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다.

IT서비스 기업 해외법인 관계자는 “엔지니어들의 영어실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해외 법인에서 고용한 현지 해외 인력을 잘 활용해 풀(Pool)을 만들고, 새로운 해외 시장에서 전진기지 역할을 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IT서비스 기업 임원은 “엔지니어들에게 외국어를 습득시키는 것보다 외국어를 잘하는 해외 출신 직원을 채용하고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다른 해당 국가의 문화적·제도에 녹아드는 카멜레온형 전락도 필요하다. 특유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국가별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후진국`이라며 해당 국민을 하대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로 만들어진 `어글리 코리언` 이미지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

◇해외 사업 후속 유지보수 `중요`=일부 ODA 원조 사업은 한국 기업이 설치한 시스템이 2~3년 이후 사용되지 않거나 사용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사례도 등장한다. 초기 접근 방식에도 문제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사후관리`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은 결과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한 ODA 사업에서 해당 지역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다보니 해당 시스템이 사용되지 않는 사례도 빈번하다”면서 “정확한 접근은 물론 사후 유지보수를 위해 공급자와 수요자가 공동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사업 완료 후 1~2년간 맺는 의무 유지보수 기간이 끝나면 해당 해외 기관이 유지보수를 맡는다. 그런데 △사업 내용 및 기술 이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사용자 및 기술자 교육 등이 부실한 경우 △현지 사정 이해 없이 무리하게 시스템을 구축한 경우 등은 시스템 사용률이 낮게 된다.

해당 국가에서도 그 시스템을 더 이상 손 댈 수 없어 폐기하거나 다른 사업자에게 해당 사업을 이관하기도 한다. 비록 사용자 부주의와 의지 결여라고 할지라도 결과적으로는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시스템을 공급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경우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오점으로 남게 된다. IT서비스 회사 관계자는 “후속 대책과 유지보수는 `수요자의 책임`이라고만 하기는 힘들다”면서 “장기적인 파트너 관점에서 차후 대책을 면밀히 고려한 프로젝트 수행으로 신뢰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ICT 한류의 한계와와 극복방안

[창간 30주년특집1-ICT한류]ICT 한류의 한계와 극복방안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