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특집1-ICT한류]한국형 전자정부로 중동 경제 허브 되찾는 바레인

한국의 제주도보다 작은 영토(620㎢)에 인구 120만명에 불과한 바레인. 하지만 높은 교육 수준과 전 국민이 영어를 사용한다는 강점으로 중동의 경제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수도 마나마 시에는 그동안의 경제 성장을 보여주듯 고층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이러한 바레인이 최근 고도성장을 이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와 카타르 도하에 중동 경제 허브를 빼앗겼다. 더욱이 최근 내부 정치 불안까지 더해져 경제성장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석유자원이 주변 걸프국가에 비해 현격히 부족한 바레인. 바레인이 제2의 경제성장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바레인 정부가 제2의 경제성장을 위해 빼든 칼은 한국형 전자정부 구현이다. 한국의 전자정부를 모델로 바레인에 투자하는 모든 사람에게 편리하고 친근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권위적이고 복잡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UAE와 차별화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바레인 2030 플랜에 따라 전자정부 구현=바레인이 처음으로 전자정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7년이다. 바레인은 과거의 중동 비즈니스 허브를 되찾기 위해 `바레인 2030 플랜`을 수립했다. 바레인 2030 플랜은 적극적인 투자 유치로 금융 등 다양한 서비스를 활성화한다는 비전이다. 그러나 이미 상당수 두바이나 도하 등으로 비즈니스 중심이 넘어간 상태여서 이를 되찾기는 쉽지 않았다.

바레인이 이런 상황에서 선택한 카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였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도구는 전자정부다. 2007년 전자정부청을 설립, 본격적인 전자정부 구현에 나섰다. 2010년 1단계 전자정부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200개 전자정부 서비스를 제공했다.

수도·전기 등 사용료 자동결제 서비스, 온라인 헬스 서비스, E비자 서비스 등 다양한 전자정부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자정부 포털도 구축했다. 바레인 전자정부 포털에 들어가면 우리나라의 G4C처럼 각종 전자정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바레인은 걸프 지역에서 전자정부 UN평가 1위고 세계적으로는 16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1단계를 진행한 전자정부 구현에 한계가 있다. 초기 구축된 전자정부시스템이 상호 연계가 되지 않거나 일부는 시스템 기능 중 30% 밖에 사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법인등록 시스템도 지난 2007년 구축했지만, 전체 기능 중 35%밖에 사용하지 않는 절름발이 시스템으로 전락했다. 기능 작동이 안되거나 업무 프로세스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시스템은 다국적 기업이 솔루션을 공급하고 이집트 시스템통합(SI) 업체가 구축했다. 현재 법인등기 시스템은 재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대법원 등기시스템 기반으로 재구축=바레인 전자정부청은 법인등기시스템(BLIS)을 재구축하기로 결정하고 90억원 규모로 사업을 발주했다. 사업자 경쟁은 치열했다. 우리나라의 LG CNS를 비롯해 IBM, MS 등 미국 기업과 싱가포르, 인도, 스페인 등 여러 나라의 18개 기업이 제안했다. 페라스 아메드 바레인 전자정부청 국장은 “당시 제안한 기업 중 LG CNS가 가격과 기술면에서 가장 우수했다”면서 “LG CNS가 제안한 방식이 바레인 전자정부 구현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에 한국의 전자정부 우수성도 인정됐다. 페라스 아메스 국장은 “한국 전자정부가 UN평가 세계 1위인 것을 알고 있다”면서 “지난해에 한국 행정안전부를 방문, 전자정부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바레인 전자정부청과 통상산업부(MOIC)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한국 대법원 등기시스템을 모델로 BLIS 구축 사업을 착수했다. 프로젝트는 총 3단계로 나눠 분석설계·개발·테스트로 진행한다.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이다. BLIS 구축으로 바레인 정부는 법인이나 개인이 사업등기를 할 때 필요한 모든 문서를 전산화한다. 바레인에서는 상업등기를 위해 주민등록번호(CR)를 가지고 각종 문서나 면허를 받아 제출해야 한다. 현재는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을 때마다 CR 신청서를 해당기관에 별도로 제출해야 한다. CR를 모두 전산화해 온라인으로 원스톱 상업등기 민원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비즈니스투자자센터(BIC)에 민원을 신청하러 온 아흐메드 압둘가니(22세)씨는 “서류가 하나라도 부족하면 다시 와야 한다”면서 “상업 등기를 하려면 BIC만 방문하는 게 아니라 다른 행정기관에도 가야 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토로했다. BIC에서 민원업무를 담당하는 모함메드 아띠아(26세)씨는 “BLIS 구축이 완료되면 민원인이 직접 BIC를 방문하지 않고서도 온라인으로 법인등기를 처리할 수 있다”면서 “상업 등기 업무가 상당부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존 전자정부시스템 연계, 종합 서비스 구현=BLIS 사업은 상업등기 민원을 온라인화 했다는 의미 외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기존 1단계 프로젝트로 구축한 국가통합결제시스템과 국가공인인증시스템, BLIS 등을 처음으로 국가통합연계망(NGI) 기반으로 연계, 종합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1단계 프로젝트로 범정부 차원의 전자정부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이 시스템들이 연동되지 못한 채 개별적으로 서비스되고 있었다. 그러나 BLIS 시스템 가동으로 처음 시스템간 연동이 이뤄지게 된 셈이다.

향후 바레인 정부는 전자정부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기존 전자정부 시스템을 연계해 바레인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행정민원 처리를 위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알리 후세인 마키 통상산업부 차관보는 “투자자의 편리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은행이나 다른 행정기관 등을 대상으로 공유체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마나마(바레인)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