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타트업 진흥단지] 미국 스타트업을 찾다

`작고(마이크로) 빠르게(스피드) 그리고 세계를 향해.` 미국 스타트업 창업 특징이다. 소자본으로 작은 규모로 창업해 빠르게 제품·서비스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는다. 타깃은 글로벌이다. 개발 환경이 바뀌어 이것이 가능하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클라우드 컴퓨팅 등 저비용 인프라를 활용한다. 창업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인 마케팅은 소셜네워크서비스(SNS) 등 커뮤니티를 활용한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스타트업 차트부스트 내부 모습.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스타트업 차트부스트 내부 모습.

이런 추세를 반영 최근 스마트기기 애플리케이션 개발사가 샌프란시스코에 둥지를 많이 턴다. 공간을 많이 차지할 필요가 없고, 샌프란시스코에도 임대료가 저렴한 곳이 많아서다.

모바일 광고업체 차트부스트(ChartBoost)에서 확인했다. 번듯한 홈페이지를 보고 기대감에 차서 찾은 회사는 의외였다. 2층 건물 외부에는 간판 하나 없었다. 번지수만 보고 누른 초인종으로 `맞습니다`란 한 마디에 확인하고 안심했을 정도다.

마리아 알레그레 CEO(공동창업자)는 “모든 비즈니스가 온라인에서 이뤄진다”며 “굳이 회사를 찾아와 논의할 일이 없다. 회사 외곽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초라한 외부와 달리 내부는 비교적 화려하다. 20명 직원이 쓰고 있는 회사는 성장성을 고려해서인지 상당한 빈 공간이 보였다. 간단한 놀이기구 등 쉴 수 있는 공간도 있었고, 내부 디자인 역시 화려하고 독특했다. 알레그레 CEO의 국적은 스페인이다. 이곳에 온 배경을 묻자 `세계적인 성공기업가`란 말이 돌아왔다. “스페인은 물론이고 프랑스 등 유럽 기업들은 그저 유럽에서 성공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는 다릅니다. 모두 세계를 지향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성공한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 얘기를 들으며 글로벌 성공을 꿈꿉니다.”

스탠포드대 기숙사에서 창업한 오프너도 유사한 케이스다. 한국인(미국계 포함) 4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지난해 팔로알토에서 30분가량 떨어진 캠벨이란 도시의 한 집에서 창업했다. 차고(Garage) 창업이다. 그리고 지금은 스탠포드대 대학원 기숙사에 들어와 있다. 비용을 절감 하되 현지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다. 남성 3인, 여성 1인으로 구성된 오프너는 방 두 개 기숙사에서 밤낮을 잊으며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최근 두 번째 작품으로 신개념 모바일 청첩장 `메리매리(MerryMarry)`를 출시했다. 설립한지 1년도 안 돼 두 번째다. 민혜정 대표(이화여대 국제학부 3년 휴학)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당당히 경쟁해 살아남는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1%라도 가능성을 보고 직접 부닥치는 게 중요하다”고 열의를 보였다. 오프너는 국내 대기업과 벤처에서 역량을 쌓은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 특징 가운데 하나는 편리한 회사 설립 절차다. 동부 보스턴 근교 캠브리지에 위치한 제노스코 R&D센터 고종성 CTO는 “변호사에게 1500달러를 주면 사실상 창업절차는 마무리된다”며 “한국과 비교하면 이곳 회사 대표의 부담이 크게 적다”고 말했다. 고 CTO는 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곳에 R&D센터를 세우고 정착했다. 경기침체로 임대료가 떨어지고 우수 인재를 구하는 게 매우 용이했다. 고 CTO는 “이곳에 있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투자자 역시 홈페이지와 소문을 듣고 찾아온다”며 “한국에 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