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200드럼, 4만ℓ, 2500만원`
미국 텍사스주 남서부 샌안토니오에 위치한 셰일가스의 한 개 유정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오일량이다. 오일만을 계산한 것으로 셰일가스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4000만원이 넘는 오일과 가스가 뿜어져 나온다.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시에서 남서부 방향으로 약 220㎞ 떨어진 이글포드 아나다코 광구. 이곳은 4~5년 전만 하더라도 지역주민이 사슴 사냥으로 생계를 꾸렸던 지역이다. 최근 시추기술이 개발되면서 이글포드는 금맥을 찾는 철탑(셰일가스를 뽑아 올리기 위해 구멍을 뚫는 시설물)이 1㎞ 간격으로 줄지어 있다. 자원개발 기업들이 몰리면서 사냥터가 `신이 내린 축복의 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2011년 3월 15억5000만달러(한화 1조5000억원)를 투자해 이글포드 셰일가스 생산광구 지분 23.7%를 인수했다. 운영권자는 미국 석유회사 아나다코(Anadarko)다. 2010년 하루 3000배럴 규모로 생산을 개시, 2년 만에 10만배럴 규모로 생산물량을 확대했다.
대니 브라운 아나다코 사업 총괄매니저는 “이글포드 지역은 가스와 오일이 50 대 50으로 하루 평균 10만배럴, 100억원(1배럴 100달러 기준)어치의 자원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며 “셰일가스 층이 지하 3000m에 평균 400㎞, 두께 76m로 넓게 분포되어 있어 자원개발의 금맥으로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아나다코의 셰일가스 유정은 400개로 최대 400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나다코는 일주일에 평균 5개의 유정을 뚫는다. 매년 200~250개씩 늘려나간다는 목표다.
시추 현장은 대형 트럭들이 자욱한 먼지를 뿜어대며 쉴 새 없이 오갔다. 회갈색 대지 위에는 약 50m 높이의 시추기가 큰 굉음을 내며 돌아갔다. 셰일가스 시추기는 지하 3000m에 위치한 암석을 파쇄해야 하기에 4.5m, 12,7㎝ 둘레의 파이프관이 수십여개 올려져 있고 드릴과 연결돼 땅속으로 계속해서 투입되고 있었다.
박일래 한국석유공사 미주법인장은 “셰일가스 시추는 파이프관이 수직으로 2000m를 내려가서 다시 수평으로 2100m를 뚫고 들어가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라며 “셰일층까지 파이프가 연결되면 수압파쇄공법을 통해 혈암에 균열을 내고 이 틈새를 통해 셰일가스를 뽑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34도를 웃도는 수압파쇄 현장은 흐르는 땀을 훔칠 시간도 없어 보였다. 물과 모래, 화학약품을 실은 대형트럭 30~40대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시추관을 통해 최대 1000기압으로 분사임무를 마치고 지상으로 올라온 파이프관을 해체하는 근로자들의 손은 바빴고 얼굴은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한 시추관당 사용되는 물의 양은 15만배럴이다.
데이비드 도란드 현장소장은 “셰일가스 개발의 관건은 물 공급이 핵심”이라며 “이글포드는 천혜의 환경으로 수십㎞ 떨어진 멕시코 국경 인근에서 물을 공급받고 있어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셰일가스 개발의 핵심요소인 용수 비용이 절감돼 경제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아나다코 광구에 6명의 직원을 파견했다. 셰일가스 개발의 핵심인 수압파쇄 기술력을 배우기 위해서다.
정창석 석유공사 미주본부장은 “원유개발은 이미 글로벌 메이저 기업이 선점하고 있어 지분확보 등 쉽게 접근할 수 없지만 셰일가스는 자원화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참여기업이 많지 않다”며 “자원개발에 있어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지금부터라도 셰일가스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집중된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글포드 현장을 뒤로 하고 샌안토니오로 돌아오는 국도 주변에는 쉘 등 미국의 대형 자원개발업체 홍보간판이 즐비했다. 사슴 사냥터가 금맥을 찾는 치열한 자원개발 전쟁터로 바뀌어 있었다.
샌안토니오(미국)=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