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교통카드사업 10년 독점구조를 손질하고 경쟁체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관련 업계 행보가 빨라졌다. 새로운 시장 창출 기회로 보고 사활을 걸며 달려들었다.
물론 지난 시간을 투자로 치고 이제부터 이익을 내보려 했던 기존 사업자는 서운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시가 대주주로서 사업권 프리미엄을 풀어 경쟁을 시키겠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지난 10년간 교통카드시스템은 진화를 거듭했지만 공무원과 사업자 간 오랜 거래관계로 인한 그릇된 관행이 이어졌다. 박원순 시장 체제에서 더 두고볼 수 없는 일이 됐다.
지금까지 이뤄놓은 것도 많다. 수많은 국가나 도시 관리들이 서울을 찾아와 서울시 교통카드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배워간다. 실제로 서울시는 많은 나라와 도시에 교통카드시스템을 수출하기도 했다.
서울시 교통카드시스템 덕분에 지옥철, 콩나물시루 버스였던 서울시 대중교통망은 세계에서 가장 이용하기 편리하고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변모했다. 그동안 사업을 도맡았던 LG CNS의 공이 적지 않다.
따라서 내년에 시작하는 2기 교통카드사업은 그동안의 성과를 갈아엎고 다시 시작하는 방식으로 가선 안 된다. 지금까지 이뤄놓은 시스템 안정성과 개방성·연동성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이 같은 바탕 위에 사업자끼리 좋은 시스템과 서비스 품질로 경쟁하게 유도하는 것이 서울시의 역할이 될 것이다.
시민은 사업자가 누가 되든 얼마를 벌어가든 관심이 없다. 편하고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사용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서울시는 이런 가치를 잘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시민의 편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편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1000만 시민이 서울시의 새 실험을 지켜보고 있다. 기존 사업자와 신규 진출 사업자도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