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특집2-스타트업]글로벌 스타트업 진흥단지/한국에 부는 스타트업 열풍

스타트업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취직이 안 되니까 대신 회사를 차려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스타트업은 시장과 고객이 느끼는 문제를 해결하고 노력과 결정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열정을 지난 사람의 선택이다. 창의와 주체성으로 자기만의 삶을 개척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최근 수년 간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의사나 법조인이 되거나 대기업에 안착하는 것이 바람직한 엘리트 코스라는 통념도 스타트업 열기 앞에 조금씩 균열이 일고 있다. 바람의 근원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혁명이다. 인터넷망에 접속된 채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와 함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게임, 결제와 독서, 카메라와 위치 정보까지 함께하는 이 손 안의 컴퓨터가 우리 삶과 사회 전체를 바꾸며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젖히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인터넷 포털과 온라인 게임,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금융 등 신산업을 창조하며 사회를 바꾸었듯이 이제 모바일 혁명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동안 발달된 통신망과 IT인프라의 보급, 클라우드 기술과 소프트웨어의 발전, 공유와 개방 물결은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반면에 성공한 기술이나 서비스의 파급력은 전 세계에 미친다. 적은 비용으로, 내 아이디어와 기술을 이용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가 흐른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을 일군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서 미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사회생활 맛만 본 20대 청년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까지 그들을 창업으로 이끈 것은 바로 이런 열정 에너지다. 20대 청년 5명이 설립한 작은 회사가 창사 2년 만에 직원 1000명에 가까운 기업으로 성장하며 반값 할인을 앞세워 국내 지역 상거래 시장을 변화시켰다. 스마트폰에서 무료로 문자를 주고받는 간단한 서비스 카카오톡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게임과 소셜 쇼핑, 음악과 교육 콘텐츠, 생산성 도구 등 전 영역에서 새로운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는 “모바일 때문에 인터넷을 10배는 더 쓰게 됐고, 시장도 커진다”며 “지금 시작해도 오히려 기회가 남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열풍이 일면서 벤처 투자도 모이고 있다. 사람과 돈이 모이며 자연스럽게 생태계가 생겨나는 것이다. 물론 2000년대 초반 벤처 거품을 떠올리며 `창업 거품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거품` 학습 효과가 생겼다는 점에서 당시와는 차이도 보인다. 공공과 민간 영역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늘어나고, 창업자 사이 네트워크 모임도 활발해져 잘못된 길에 빠지지 않도록 서로 조언과 도움을 주고받는다.

무엇보다 앞서 성공한 선배 벤처인이 후배 창업자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김범수 의장이 벤처 CEO 100명 키우기를 위해 케이큐브벤처스를 설립했고, 4번 창업하며 회사를 구글에 매각하기도 한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는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등과 벤처 인큐베이터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설립했다. 다음 창업자 이택경의 프라이머, 네오위즈와 첫눈을 창업한 장병규 대표의 본엔젤스 등도 창업에 나선 후배 창업자를 돕고 있다.

해외 벤처 인큐베이터도 한국 시장에 속속 들어오고 있다. 그루폰코리아 설립에 참여한 독일 로켓인터넷이 한국을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시장 확장을 서두르고 있고, 역시 독일 기반 인큐베이터 팀유럽도 국내에 아태 지역 법인을 세우고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마커스 푸어만 팀유럽 파트너는 “한국은 디지털 인프라가 좋고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관련 시장이 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 단계부터 겁 없이 글로벌 시장에서 시작하는 `본 투 글로벌` 스타트업도 눈길을 끈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거나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을 우선 공략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정부 역시 `글로벌 K-스타트업`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