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타트업 진흥단지]체코 인큐베이터, 스타트업야드에 가다

테크스퀘어에 들어서자 널찍한 사무 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대형 모니터를 둔 책상이 모여 있고 한 명이 나와서 새로 개발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설명한다. 온라인 번역 서비스 전문 회사 링부스(Lingvus) 대표다. “정확성을 높이는 방법은 뭔가요?”, “속도가 조금 더 빨랐으면 좋겠어요.” 앉아서 경청하던 사람이 의견을 쏟아낸다. 이들은 체코 최초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회사, `스타트업 야드(Startup Yard)`가 선발해 지원하는 회사 임직원이다. 한 쪽에서는 머그컵을 들고 회의실로 들어가는 직원이 눈에 띈다.

스타트업야드 인큐베이팅 회사 링부스 대표가 서비스 개발 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스타트업야드 인큐베이팅 회사 링부스 대표가 서비스 개발 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스타트업 야드는 지난해 니콜라 라파예 테크스퀘어 대표, 옹드레 바르토쉬 크레도벤처스 창업자, 잔 바르타 엘리펀트오케스트라 대표, 미하일 일리치 릭소앤드위키디 창업자 4명이 출자해 만들었다. 니콜라 라파예 대표는 “체코에서도 웹·모바일 분야 창업을 원하는 사람이 많은데 정부 지원에 기대기는 한계가 있다”며 “종자돈(시드머니), 멘토링 서비스, 창업경험 공유, 사무실 제공, 이후 투자 유치까지 전반에 걸쳐 창업 기업을 육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멘토단은 체코는 물론이고 유럽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성공한 창업가나 투자자, 컨설턴트로 구성된다. 라파예 대표 역시 대학 때 결제 단말기를 개발해 회사를 창업한 경험이 있다. 이 외에도 필요한 분야 전문가를 그때 그때 찾아서 전방위로 지원한다. 홍보·마케팅을 위해 영문 번역을 돕고 영어 공부도 독려한다.

매년 스타트업 야드에 선발된 회사는 1만달러(약 1130만원)를 지원 받아 6개월 동안 서비스 개발을 시작한다. 시드머니를 받는 회사는 지분의 10%를, 멘토링만 받는 회사는 5%를 공유한다.

지난해에는 7개 회사가 이곳을 거쳐 갔고 올해는 9개사가 뽑혀 6개월간 지원을 받는다. 선발된 회사는 모두 테크스퀘어에 입주해 멘토링을 받는다. 일단 3개월간 베타버전 서비스와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데모 데이를 연다. 이후 3개월 동안 서비스를 완성해 투자자 데이에서 선보인다. 지난해 스타트업 야드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커머스 업체 `프로액티파이(Proactify)`는 VC로부터 10만 달러(약 1억1300만원)를 투자 받았다.

올해 이곳에 참가한 스타트업 기업은 HTML 개발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HTML 기반 웹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제작할 수 있는 디자인 툴을 개발하는 `CSS피플`, 터치 기기를 이용한 쌍방향 메뉴판을 제공하는 `i메뉴`, 작은 기업이 간단하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NYO.IS`, 웹·모바일 기반 음식 배달 서비스 `피자타임`, 번역 서비스 `링부스`, 스케쥴, 금전거래, 약속 등 생활 전반 비서 역할을 하는 앱 개발사 `액티브피플` 등이다.

기자가 스타트업야드와 인연이 닿은 건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다. 동유럽 지역에 한국이나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처럼 창업붐이라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검색을 통해 찾아낸 이 회사에 페이스북과 이메일로 메시지를 보냈고, 다음날 바로 답장을 받았다.

체코에 도착해서 메일로 알려 준 주소만 적어들고 체코 프라하4구 롬니케호가 7번지로 향했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들`에 비춰진 체코는 수입의 대부분을 관광으로 충당할 것 같은 나라다. 실제로 프라하에 도착한 후 인상 역시 비슷했다.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고대와 중세 양식에 보헤미안 기질이 더해진 아름답고 신비로운 도시였다. 포브스타니역에서 내려 테크스퀘어 건물로 찾아가면서 본 이 지역 모습은 다른 나라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현대적인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한 젊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오갔다.

라파예 대표는 “체코는 실제로 보안·웹서비스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나라이고 지금까지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람이 다수였다”며 “모바일 시장이 열리면서 프리랜서로 일하기보다는 아예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대폭 늘어났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오는 멘토도 있다. 스타트업 야드에 참여하고 있는 크리스티나 문틴은 “체코무역진흥공사에서 일하며 미국에 체류하다가 실리콘밸리 창업 문화를 체코에도 소개하고 싶어서 귀국 했다”며 “멘토링은 물론 언어 때문에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회사도 적극 돕고 있다”고 말했다. 체코에는 2010년 설립된 또다른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스타큐브`도 있다. 남모라비안혁신센터 내 혁신파크에서 3개월간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