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했다. 적막감마저 돌았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겉은 조용했지만 내부는 비상이었다. 한 마디로 폭풍전야였다. 지난 1일 찾은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내달 한국형 발사체 `나로호`가 올라가는 역사적인 장소다. 세 번째 도전이다.
3년 전인 2009년 8월 25일, 이곳에서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가 하늘을 갈랐다. 결과는 아쉽게 실패였다. 절치부심. 이듬해(2010년 6월 10일) 다시 도전했다. 하얀 연기를 뿜으며 성공적으로 치솟았다. 느낌이 좋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결국 정상궤도에 위성을 올려놓지 못했다. 억장이 무너졌다. 역시 하늘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내달 말 다시 외나로도에서 3차 도전에 나선다. 우주센터는 차분하지만 분주했다. 발사 전까지 줄잡아 한 달 이상 남았지만 100여명이 주말에도 자리를 지키며 센터 주변과 곳곳에서 `디데이`를 준비 중이었다. 보안도 한층 엄중해졌다.
때마침 1일은 위성체 핵심인 1단 발사체가 외나로도에 도착하는 날이었다. 러시아에서 항공편으로 김해공항에 입고된 추진체가 새벽 부산 신항을 거쳐 우주센터에 안착했다. 러시아 흐루니체프사에 의뢰한 1단 로켓은 길이 33m, 무게 130톤으로 170㎞까지 가능한 한국형 발사체다. 센터에서는 이미 실제와 같은 인도물(Deliverables)로 수많은 실험을 거친 상태다. 우주센터 민경주 센터장은 “과학위성에서 발사체, 발사대시스템까지 최종 발사에 필요한 준비를 거의 끝마쳤다” 며 “1일 도착한 실제 위성체의 탱크압력을 점검하고 전기와 유공압 점검과 시험 등 막바지 기체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성체 도착, 한 주전에 나로호 핵심인 나로과학위성도 대전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센터로 무사히 도착했다. 과학위성은 국내 순수기술로 제작했으며 무게는 100㎏급, 상단부 2단과 페어링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1차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페어링 분리를 보완하기 위해 100여번이 넘는 가상 실험을 진행했다. 임철호 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은 “완벽한 페어링 분리를 위해 기폭시스템을 고전압에서 저전압으로 바꾸었다”며 “성능과 신뢰성까지 모든 검증 작업을 끝마쳤다”고 말했다.
발사를 위한 부대시설 점검 작업도 한창이었다. 대표적인 게 발사장 지하에 위치한 발사지상시스템. 크고 작은 수십 개 룸에 액체연료 정제시설, 온도조절용 공기 주입기기 등 발사를 위한 필수 장비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천장에는 130㎞에 달하는 케이블이 연결돼 발사와 관련된 일체의 데이터를 통제시설로 전송하는 역할을 맡는다.
조광래 항우연 나로호개발책임자는 “일부에서는 러시아와 협력해 아무 성과가 없었다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공동 작업을 통해 습득한 각종 발사 시설 운영 경험, 발사대 설계 구축 노하우, 여기에 수만 장에 달하는 세부 설계도면 등 상당한 수확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상단 발사체와 액체엔진도 큰 성과였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발사통제동, 추적레이더동, 추적기관시험동 등 센터 내 주요 시설도 발사 성공을 위한 막바지 준비로 비상 상황을 선언한 상태다.
김승조 항우연 원장은 “위성은 무려 15만개 부품이 탑재되는 첨단 시스템”이라며 “두 달여 동안 완벽한 준비로 국민의 염원에 보답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사실상 모든 준비를 끝마친 3차 나로호는 조만간 최종 발사일자를 확정한다. 늦어도 10월 안에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지름길은 없다, 완벽한 준비가 성공 여부를 판가름한다”는 김승조 원장의 낮지만 확실한 어조가 센터 방문 내내 큰 울림으로 메아리쳤다.
한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단은 6일 간담회를 열고 예산 확보가 순조롭지 못해 발사체와 액체 엔진의 신뢰도 저하는 물론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사업단이 요청한 2013년도 예산은 1500억 원이지만 배정된 예산은 800억에 그쳤다는 것이다.
외나로도(전남 고흥)=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