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111>게이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네티즌을 일컫는 말. 커뮤니티마다 흔히 있는 자유게시판에서 노는 네티즌은 `자게이`, 익명게시판에서 활동하는 네티즌은 `익게이`라고 부른다.

최근 화제가 된 `24인용 텐트 혼자 치기` 이벤트도 디지털카메라 커뮤니티 `SLR클럽`의 자게이들 작품이다. 자유게시판에 한 자게이가 별 뜻 없이 올린 “군용 24인용 텐트를 혼자 칠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Lv7.벌레`라는 닉네임을 쓰는 자게이가 “되는데요”라고 답한 것이 발단이다. 논쟁이 거세지자 Lv7.벌레는 “8일 실제로 보여주겠다”고 추가 댓글을 달았고, 이후 관련 동영상과 패러디, 네티즌의 협찬 제안이 쏟아지며 `자게이들의 소셜 축제`로 발전했다.

야구·유머·게임 등 특정 주제 커뮤니티에 사람이 많이 모이기 시작하면, 이들이 커뮤니티 주제와는 상관없이 자유게시판에 모여 잉여력을 발휘하곤 한다. 자게이가 인터넷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이유다.

`게이`의 어원은 뚜렷하지 않지만 `게시판 이용자`의 줄임말이라는 주장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동성애자를 뜻하는 `게이`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다른 말을 놔두고 게시판 이용자를 굳이 `게이`라고 줄여 쓴 것은 동성애자 `게이`와 연관된 네티즌의 말장난으로 풀이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남성 중심 문화와도 연관 있다는 분석이다. 게시판에서 서로 부르는 호칭은 `형`의 변형인 `?`, 디시인사이드 `김성모 갤러리`에서 유래한 `가이` 등이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선 `?들아, 이 문제 해결 방법 좀` `안녕 가이들, 오늘도 좋은 하루` 등의 글을 흔히 볼 수 있다.

모두 남성 사용자를 전제로 한 표현이다. 게시판에서 잉여 노릇하는 남성 네티즌들이 약간의 유대감과 자조를 섞어 서로 부르면서 `게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는 풀이다.

연관 표현으로 `쿨게이`가 있다. 키보드 워리어 중에서 인터넷 이슈에 양비론을 제기하는 척 하며 양측을 모두 비난하거나, 대세를 이루는 주장에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을 말한다. `쿨한 척 하는 게시판 이용자`의 줄임말이다.

*생활 속 한마디

A:회장님이 회사 인트라넷 자유게시판에 글을 남기셨다죠?

B:네, “자게이들아, 자게에 회사 불만 그만 늘어놓고 일 좀 하자”라고 올리셨습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