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모토로라, 과거 영광 재현 `기우뚱`... 발표 첫날 주가 큰폭 하락

과거 피처폰 시대 두 강자인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나란히 전략 신제품을 발표했다. 노키아 주가는 뉴욕과 핀란드 증시에서 모두 10% 이상 하락했다. 모토로라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까지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또 다른 평범한 안드로이드폰` 범주를 넘지 못했다는 평가다.

노키아가 5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새 윈도 스마트폰을 발표했다. 스테판 엘롭 노키아 CEO(오른쪽)와 스티브 발머 MS CEO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노키아가 5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새 윈도 스마트폰을 발표했다. 스테판 엘롭 노키아 CEO(오른쪽)와 스티브 발머 MS CEO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노키아는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새 운용체계(OS) `윈도폰8`를 탑재한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놓고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모토로라도 지난 5월 구글 피인수 절차 완료 이후 처음으로 전략 스마트폰 신제품을 선보였다.

◇노키아, 윈도폰8로 부활 시도

노키아는 MS와 함께 `루미아920`과 `루미아820`을 발표했다. 루미아920은 4.5인치 IPS LCD 기반 퓨어모션 HD플러스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슈퍼 센서티브 터치 방식을 적용해 손톱은 물론이고 장갑 낀 상태에서도 화면 조작이 가능하다. 루미아820은 4.3인치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두 제품 모두 무선충전을 지원한다. 무제한 음악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노키아 뮤직`, 음성안내 내비게이션 `노키아 드라이브` 등으로 콘텐츠를 보강했다.

발표회에는 스테판 엘롭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는 물론이고 스티브 발머 MS CEO도 참석했다. MS는 부족한 윈도 모바일 생태계 확장을 위해 연말 윈도폰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 풀 버전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 시대 전환 이후 삼성전자와 애플에 왕좌를 넘겨준 노키아,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에 맥을 못쓰는 MS 모두 윈도폰8 스마트폰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모토로라, 레이저 신화 재현

모토로라도 이날 뉴욕에서 `레이저M` `레이저HD` `레이저맥스HD` 등 신제품 3종을 발표했다. 지난 5월 구글과 피인수 절차가 완료된 이후 첫 전략 제품 발표다.

레이저M은 4.3인치 슈퍼 AM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을 통해 2년 약정 99.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될 예정이다.

레이저HD는 4.7인치 HD 디스플레이다. 레이저맥스HD는 레이저HD와 비슷한 사양이지만 배터리 성능이 대폭 강화됐다. 통화시간 기준으로 현재 출시된 LTE 스마트폰 가운데 최장 시간을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데니스 우드사이드 모토로라 CEO와 함께 발표회에 참석했다. 슈미트 회장은 모토로라 집중 지원보다 강력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강조했다.

슈미트 회장은 “안드로이드 생태계 안에서 경쟁력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하루 70만개였던 안드로이드 단말기 일 개통량이 최근 130만대를 넘어섰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시장 반응은 `미지근`

노키아 신제품 발표를 앞두고 회사 운명이 달렸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 초기 대응에 실패한 후 윈도폰으로 재기를 노렸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윈도폰8 신제품마저 실패하면 문닫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제기됐다.

이날 발표회 반응은 일단 좋지 않다. 회사 운명을 거머쥔 제품치고는 함량 미달이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노키아가 강조한 무선충전 기능은 앞서 LG전자가 옵티머스LTE2에 채택했다. 하드웨어 제원도 떨어진다. 루미아 신제품은 1GB 램(RAM),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갖췄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팬택 등이 이미 2GB 램, 쿼드코어 프로세서로 전환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한발씩 늦은 셈이다.

모토로라 제품도 최근 스마트폰 고규격화를 감안할 때 삼성전자와 애플이 주도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공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강조하는 구글의 특성상 모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도 쉽지 않다.

두 제품 모두 연내 글로벌 출시가 예정됐다. 한국 시장에 이른 시간 내 선보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토로라코리아와 노키아코리아는 한국 출시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국내 이동통신사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키아코리아는 “신제품 한국 출시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무전기 겸용 스마트폰을 제외하면 지난해 말 이후 신제품을 출시하지 못한 모토로라코리아도 아직 국내 출시 일정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