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이 높은지 낮은지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한 법원의 1단계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이 6일 내놓은 이통사들의 요금 원가산정 근거 자료 공개 명령이 그것이다.
판결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요금 원가산정을 위해 필요한 사업 비용 및 투자보수산정 자료 △이통 3사가 제출한 요금산정 근거 자료 △이용약관의 신고·인가와 관련된 적정성 심의 평가 자료 등을 공개해야 한다. 다만 영업상 비밀이 될 수 있는 개별 유형자산, 취득가액, 감가상각비 등은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했다.
관심은 투자보수산정 자료다. 이통사는 원가보상률을 정할 때 기본 값으로 삼기 때문에 요금이 적정한지 유추해볼 수 있다. 이통사는 2006년 이후 원가보상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감가상각비 등 투자보수산정 기준의 핵심을 빼고 공개한들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할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감가상각이 끝나 원가보상률이 100%가 넘는다고 해서 무조건 요금을 내릴 수도 없다. 그 논리라면 4세대(G) 롱텀에벌루션(LTE) 같은 신기술 서비스는 투자비를 고려해 기존 서비스보다 요금을 두세 배 많이 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통사가 일부 산정 기준을 공개한다고 해서 그를 근거로 1년 단위로 요금을 조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해당 지표들은 사업자 간 접속료 산정이나 보편적 서비스 분담 용도로 만들었기 때문에 요금 적정성 기준으로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방통위와 사업자들은 영업기밀 보호 등을 이유로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소할 태세다. 최종 판결이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또 필요하다.
원가기준 공개가 곧바로 요금 인하로 이어질 수 없는 상황이다. 소모적인 복잡 방정식에 매달리지 말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다른 기준을 찾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