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한국거래소(이사장 김봉수·KRX)는 우리 기술로 만든 주식시장 인프라인 IT시스템을 세계 곳곳에 수출하면서 금융투자업계 해외 진출에 초석을 놓고 있다.
KRX의 IT시스템 수출은 지난 2007년부터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역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 등 7개 국가에 이른다. 5년여간 이뤄낸 결실이다.
KRX는 국내 시장에서 축적한 기술을 발판으로 동남아 지역은 물론 유럽까지 영역을 확대 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동유럽국가인 벨라루스와 증시 현대화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시스템 공급부터 증시 설립 주도까지 수출 형태도 다양하다. 말레이시아에 2006년 5월 말레이시아 거래소 채권매매와 감리시스템 개발을 시작으로 베트남 증권시장 차세대 시스템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필리핀에는 차세대 시장감시시스템을 수출했다. 가장 최근 계약한 태국에는 이달부터 2년간 2단계로 파생상품 청산결제시스템과 현물 청산결제 기능을 포함한 통합 청산결제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라오스와 캄보디아에선 증권시장을 새로 개설했다. 지난 4월 18일 개장한 캄보디아 거래소는 한국형 KRX 시스템으로 문을 열었다. 시스템 구축은 지분투자로 연결돼 경영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캄보디아 경제는 최근 발전속도가 가팔라지고 있어 상장기업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럴 경우 이들 지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평가된다.
캄보디아에 앞서 KRX가 합작해 증시를 개설한 라오스도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오스 중앙은행이 51%, KRX가 49%를 투자해 지난해 1월 가동에 들어갔다. 현재 KRX 공동 경영진이 구성돼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연내 2~3개 업체가 추가 상장 예정으로 역시 성장이 기대된다.
KRX의 IT시스템 수출은 2009년 국내 기술로 차세대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속도를 냈다. 차세대 시스템은 개발기간 22개월만인 2009년 3월 완공돼 가동에 들어갔다. 1042억원이란 개발비가 투입됐다. 그간 분산돼 있던 IT시스템을 통합하고 자본시장법 발의에 맞춰 법제도 녹였다. 최근 태국, 벨라루스 증시현대화 MOU는 물론 우즈베크, 카자흐스탄, 네팔 등과 잇달아 증시현대화 사업을 추진키로 한 것도 국내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바탕 된 것이다.
한국형 증시 인프라 수출은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이 지역 진출에도 긍정적이다.
국내 기업에 친숙한 인프라가 마련됨으로써 이 지역 진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효율적인 시장접근이 가능해졌다.
KRX의 IT시스템 수출과 신흥 시장 개척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KRX 측은 “현재 미얀마 등 신흥시장은 물론 아제르바이잔, 모로코, 페루, 카자흐스탄, 파나마 등 다양한 지역으로 수출 마케팅을 진행중이다”며 “다양한 국제 행사와 콘퍼런스 참여를 통해 대외인지도를 높여 시장 개척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