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거버넌스 새판을 짜자]<4부>쟁점과 해법 (5)과학기술+정보통신 통합안

차기정부에서 과학기술 분야와 정보통신 분야 전담부처를 만들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이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을 통합한 대부 방안도 심도 있게 거론된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과거 정통부와 과학기술 기능을 통합한 미래부 신설을 검토 중이다.

[ICT 거버넌스 새판을 짜자]<4부>쟁점과 해법 (5)과학기술+정보통신 통합안

[ICT 거버넌스 새판을 짜자]<4부>쟁점과 해법 (5)과학기술+정보통신 통합안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도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과기부와 정통부가 필요하다”며 “때에 따라 이를 모두 포괄하는 미래지향적인 부처 신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격이 다른 두 부처를 합치기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도 있다. 동시에 개별 부처 단위의 신설·통합 논의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국회 관계자는 “차기정부에서 큰 부처인지 작은 부처인지 방향성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부처 부활이나 통합 논의는 이르다”며 “전체 거버넌스 구조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너지론` 부상

과기 분야와 정보통신 분야의 통합은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게 찬성 진영의 목소리다. 두 분야가 통합되더라도 순수과학은 현 연구재단 중심으로 가져가고 미래성장동력 창출이나 응용 부문에서 융합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장재 한국과총 정책연구소 수석 전문위원은 “과기와 정통 분야는 모든 분야에 녹아든 인프라 기능이 강하다”며 “두 분야를 합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미래성장동력을 위한 융합연구에 적지 않은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손진훈 충남대 교수는 “세계적 화두는 융합으로 단순한 기술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가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기술 간 구조를 합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미래기술을 구현하는 데는 IT와 나노기술이 다 필요한데 따로 가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학기술의 지향점이 인간을 위한 것이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도구가 정보통신기술(ICT)이기 때문에 상호 융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이미 미국에서도 BT를 할 때 IT를 포함하지 않으면 연구비가 안 나올 정도로 과학기술과 ICT의 융합은 대세라고 그는 덧붙였다.

과기단체가 모여 출범한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에서는 차기정부에 제안할 거버넌스 구조 가운데 하나로 과기와 정통 분야를 결합한 형태를 심도 있게 검토 중이다.

◇“통합할 성격 아니다”…최악의 시나리오

통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보통신계는 물론이고 과기계에서도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우려한다.

가장 큰 문제는 두 분야의 이질성이다. 과학기술은 특정 산업군으로 정리할 수가 없는 분야다. 하나의 인프라에 가까운 위치에 있으며 과학기술 토대 위에 경제, 산업, 문화 등이 결합하는 형태다. 이미 각 부처에서 중장기 R&D 계획을 세우고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만든 이유도 거시적 안목에서 과학기술 분야를 컨트롤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며 “이에 비해 정보통신이라는 분야는 하나의 산업군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 역시 산업 발전에 따라 인프라 성격이 강하지만 여전히 하나의 부처가 독점할 수 있는 산업군이라는 설명이다. 일견 유사성이 있어 보이지만 주 분야는 근본적인 성격 차이가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통합 이후 내부의 주도권 다툼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과학기술은 기초과학을 중심으로 장기적 투자·연구가 핵심이다. 당장의 성과를 목표로 하지 않은 기초기술, 거대과학 등이 메인이다. 반면에 정보통신 분야는 수익과 직결되는 단기성과 위주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과학 분야가 현재 교육 이슈에 묻히듯 소외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 반대의 우려도 있다.

박정훈 서울대 교수는 “기초과학기술은 장기적 관점의 정책이 필요한 반면에 ICT 분야는 빠른 변화에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두 산업의 이질성으로 부처 내 정책 수립 과정에서 잦은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기존 교육과학기술부처럼 이질적인 분야를 합쳐 놓은 뒤 양쪽 모두 전문성이 크게 훼손된 것을 근거로 내세운다. 특히 ICT 업계가 과학기술 정책에 밀리면서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노규성 미래IT강국전국연합 상임대표는 “ICT는 기초과학과 달리 응용산업 중심으로 이미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상태”라며 “ICT를 다시 기초과학의 일부로 치부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ICT+과기 통합부처 장단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