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 부품 A사는 지난 2010년 자동차 전장 부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가격 압박이 점차 심해지는 IT시장과 달리 자동차 전장 부품 시장은 성장세가 빠르고 고부가가치 달성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기술력만은 자신 있었다. 지난해 제품 개발을 완료하자마자 자동차 제조업체로부터 샘플 테스트 제안이 빗발칠 정도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은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일 년이 지난 지금도 샘플 테스트 외 본계약 달성을 하나도 못한 탓이다. 자동차 전장 사업 적자가 누적되면서 A사 사장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IT 부품 업체들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자동차 전장 부품 개발에 나섰지만, 시장에 안착한 기업은 드물다. 삼성·LG·SK 등 대기업 계열사들조차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경우는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IT업체들이 자동차 전장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존 방법과는 완전히 다른 연구개발(R&D)·마케팅·품질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자동차는 IT에 비해 제품 수명 주기가 긴만큼 장기투자가 필요하다. 보통 IT용 부품은 1년 이내에 개발이 완료되는 반면, 자동차용 부품은 3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오랜 R&D 투자는 전자·IT기업들이 자동차 전장 부품 사업에서 철수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일단 시장에 진입하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것은 굉장한 장점이다.
전장 부품 개발 업체 관계자는 “1~2년 투자해서 자금을 회수하려고 한다면 자동차 전장 부품 시장에 아예 발을 담그지 않는 게 좋다”며 “체력과 끈기를 가진 기업만이 자동차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증도 자동차 시장 진입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IT제품과 달리 자동차 전장 부품은 인증을 받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자동차는 사용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이 많아 지역 시장마다 규제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인증 부문을 고려하지 않고 전장 사업에 뛰어들었다가는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볼 수도 있는 셈이다.
폐쇄적인 공급망 구조도 강력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휴대폰·TV 등은 신제품 개발 단계에서 부품 공급 업체가 많이 바뀌지만, 자동차는 기존 거래처가 바뀌는 사례가 드물다. 자동차 개발자들은 새로운 기능 발굴보다는 불량 발생 가능성 최소화에 좀 더 무게 중심을 두기 때문이다.
자동차용 카메라 생산기업 엠씨넥스 민동욱 사장은 “품질 수준을 꾸준히 높이고, 고객사와 신뢰 관계를 맺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제품 안정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컨설팅 기업 매킨지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원가 중 전장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40% 수준으로 높아지고, 230조원 시장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