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다음은 포스코?`

포스코와 신일본제철간 공방은 최근 큰 파장을 낳은 코오롱인더스트리 대 듀폰 사건과 닮은 꼴이다. 두 사건 모두 영업비밀과 전직 직원이 얽혔다.

지난달 미국 법원에서 1조원대의 손해배상과 20년간 아라미드 생산·판매 금지 명령을 받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는 듀폰의 전직 직원들을 컨설턴트로 고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미 법원 판결문 등에 따르면 듀폰 전직 직원 마이클 미첼은 2007년 4월 코오롱과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이후 기술적인 질문에 답하는 방식 등으로 퇴직 시 가지고 나온 영업비밀을 누설했다. 코오롱은 나아가 듀폰의 비밀들이 담긴 미첼의 PC를 무단 복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첼은 2010년 3월 영업비밀 절도로 유죄를 받았다. 코오롱도 2009년 민사소송을 당했다. 지난해 1심에서 1조원의 배상 판결과 지난달 생산 및 판매 금지 명령을 받은 것이 이 사건의 골자다.

그런데 이 사건은 포스코와 신일본제철 공방과 매우 흡사하다.

신일본제철은 지난 4월 포스코가 방향성 전기강판 제조기술을 몰래 빼갔다며 도쿄지방법원에 영업비밀침해금지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네오카 쇼지 신일본제철 사장은 지난 5월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수십 년에 걸쳐 수백억엔을 들여 연구 개발해 온 기술을 그토록 짧은 기간에 어떤 방법으로 취득했는지 의문이 생겼다”면서 “부정경쟁방지법에 저촉되는 문제라고 판단해 제소했다”고 말했다. 신일본제철은 포스코가 자사 퇴직자를 통해 불법적으로 전기강판 기술을 빼냈다고 의심한다. 쇼지 사장은 “포스코측에 기술을 전달한 전 직원에 대해 조치했으며, 기술정보 등을 물리적으로 빼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독자적인 기술로 방향성 전기강판을 제조해왔기 때문에 신일본제철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포스코가 신일본제철 전직 기술자와 용역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다름 아닌 한국 법원이다. 대구고등법원 형사제1부는 지난 2008년 10월 판결에서 `포스코가 저온가열 방향성 전기강판 제조기술을 개발할 당시 신일본제철 퇴역 기술자들 또는 일본의 기술 자문회사들과 용역계약을 체결한 뒤 신일본제철의 각종 자료와 정보를 제공 받았다`고 인정사실로 적시했다. 당시 판결은 포스코 전직 연구원들의 영업비밀 유출 여부를 다투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포스코 전직 연구원들이 문제의 자료가 포스코가 아닌 신일본제철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공방이 오가는 과정에서 이 내용이 바깥으로 드러났다. 신일본제철도 이 판결에서 결정적 단서를 얻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0월부터 시작하는 소송에서 신일본제철은 자사의 전직 기술자들과 포스코와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로선 방어가 필요한 대목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