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페이스` 외국계 반도체 국내 지사장들이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권태영 AMD코리아 사장과 켄트 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코리아 사장이 대표적이다. 비교적 젊은 편인데다 한국 시장에 밀착 대응하면서 외국계 기업의 전형적인 한계를 탈피하고 있다.
권 사장은 약 1년 전 AMD코리아 사장으로 취임했으며 올해 초 본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사장 취임 전까지 AMD 내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팀장으로 활약했던 그는 자신만의 비즈니스 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지사장으로) 취임하고 보니 직원들이 고객사 `구매팀` 사람들만 알고 있어 당황스러웠다”라며 “AMD는 단순히 제품만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가 어려워하는 부분까지 함께 해결하는 조력자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 사장은 해외 시장에서 고객사의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판매 시너지를 위한 전략을 전달하는 등 적극 협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AMD와 삼성전자의 거래 규모는 지난 2010년 9월부터 지금까지 물량 기준 700% 이상 성장했다. 권 사장이 삼성전자 전략팀장으로 일해오던 시기다. 삼성전자의 해외 판매 PC 모델 가운데 AMD 플랫폼 수도 3개에서 15개로 크게 늘었다. AMD의 국내 PC 시장 점유율은 20%를 돌파, 인텔의 독점을 견제하고 있다.
또 지난 4월 TI코리아 사장으로 부임한 켄트 전 사장은 아날로그 반도체를 키우기 위해 TI이 선택한 `구원투수`다. 인터실, 온세미 등 반도체 영업에서 17년 이상의 경력과 국제 감각을 갖춘 그는 올해 43세로 외국계 반도체 국내 지사장 중 최연소다. 그는 무엇보다 `사람 중심`의 경영 철학을 강조한다.
전 사장은 처음 출근하자마자 전사 23개 팀을 모두 만날 계획을 세우고 조직 융합에 박차를 가했다. 최근 내셔널세미컨덕터 등 추가적인 인수 합병이 이어지며 조직이 불어났지만 그는 시간이 걸려도 직원들의 의견을 일일이 듣고 통합하는 과정을 우선으로 삼고 있다.
또 국내 각지의 대학에 TI 디자인 랩 약 40곳을 세우고 인재 육성 지원에 관심을 쏟고 있다. 국내 대학에서 TI의 인지도를 높이고 사회 공헌 비중을 늘려갈 수 있어 1석 2조다. 이 밖에 플렉시블 타임제 등 새로운 시도를 도입하는 등 전 사장 취임 후 TI코리아는 `젊고 빠른` 조직으로 체질을 전환해 가고 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