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시간 동안 잠을 못 잤다. 피곤한 기색을 감춰 보려고 후드티셔츠에 안경을 꺼내 써봤지만 누가 봐도 안쓰러운 모습, 그래도 괜찮다. 함께 하는 50여명의 친구들 눈빛만큼은 빛나고 있다. 중국 저장대, 일본 도쿄대에 모여서 똑같이 밤을 지샜을 학생들도 같은 모습일 걸 생각하면 더 힘이 난다. 페이스북 관계망을 좀 더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술, 연인과 놀러갔던 곳과 연계해 추억의 가상공간을 만들 수 있는 위치기반서비스 등을 모두 만들어낼 수 있을까?
9일 정오를 막 지난 시각, `트라이핵(TriHack)` 종료 시간인 1시를 앞두고 서울대 39동 대강당 안은 열기로 넘쳤다. 전날 9시 30분에 모여 주제 발표와 소개를 한 뒤 12시 30분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이곳에 모인 개발자에게 주어진 건 총 32시간(정확하게는 32시간 30분). 3가지 주제 △공개된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다양하게 사용해 만든 새로운 서비스 △모바일에 특화된 정보 표현 방법 구현 △위치·사용자정보 기반 기술 안에서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 총 12개팀, 12명의 멘토가 함께 고민한다. 국내에서는 `비트윈` `나인플라바` 현직 개발자 및 최고기술경영자(CTO) 등이 멘토단으로 참석했다.
트라이핵은 한국 대학생 공동창업자모임 `스타트웨이브`, 중국 저장대 아시아태평양학생창업회(ASES), 일본 도쿄대 기업가모임 `비즈재팬(Bizjapan)`과 미국 스탠퍼드대 ASES 등이 공동주최한 `해카톤(Hackathon)` 대회다. 해카톤은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협동해 프로그래밍 하는 작업을 일컫는다.
스탠퍼드대 ASES가 주축이 돼 자국 청년들과 교류하면서 만들어 낸 첫 번째 행사다. 최대 3명(디자이너 포함 4명)이 팀을 이뤄 개발력을 뽐낸다. 우승팀은 일주일 동안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서 Y컴비네이터 파트너와 ASES 출신 창업자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내년 2월 스탠퍼드대 안에 있는 벤처캐피털(VC) 발표(피칭) 대회 `VC3` 참여자격도 주어진다. 무엇보다 중국·일본 우승팀끼리 교류할 수 있어서 각국 트렌드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다.
김대웅 스탠퍼드 ASES 회장은 “사업 모델을 고려하기보다는 오직 기술만 생각해 좋은 솔루션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라며 “특히 같은 환경에 있는 대학생끼리 참신하고 새로운 기술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멘토로 나선 박성준 나인플라바 대표는 “사업보다는 기술 완성도를 더 중시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특히 인재 확보가 필요한 기술 기업에서는 이런 행사에 와서 좋은 엔지니어와 교류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말했다. “오히려 여기 와서 자극을 받고 간다”고 덧붙였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