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미래다]2부. 글로벌 창업 현장을 가다 <5>독일

특별한 지식이나 노하우가 없으면 보유한 기술을 이용해 독일 베를린에서 창업하려는 사람은 어떤 멘토를 찾아야 할지 두 가지 갈림길에서 고민한다. 민간 투자자 지원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정부와 연계한 인큐베이터(Incubator)에 사업계획서를 내 볼 것인가. `성공`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과 지향점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민간 중심 스타트업 생태계

기술기업과 함께 성장해 온 독일.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장인 정신과 노하우를 전수해 경쟁사는 따라올 수 없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게 특징이다. 그런데 최근 이 곳에서도 새로운 경향이 나타났다. 빠르게 제품을 개발해서 사업 전환도 단기간에 끝낸다. 아이폰이 등장하고 이동통신망 인프라가 데이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고도화 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IT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통과 정확성, 신뢰도를 최상의 가치로 여겨왔던 독일 창업 문화도 변하고 있다.

진원지는 베를린이고 이를 몸소 실행해 성공한 `로켓인터넷`이 그 중심에 있다. 로켓인터넷을 비롯한 팀유럽 등 대규모 자본이 스타트업 아이템을 직접 찾는다. 사업을 실행할 창업자만 선발해 회사 운영을 맡기는 건 독일에서 유래한 창업 방식이다. 민간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회사는 벤처캐피탈(VC)과 밀접하게 연계해 미국 실리콘밸리식 투자 전략을 갖고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즐기고 웹·모바일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은 사람은 외국과 교류도 쉽고 자금 조달 과정이 복잡하지 않은 민간 인큐베이터를 선호한다.

◇전통 가치 중시, 느림의 미학

베를린에서 보는 또 하나의 조류는 독일만의 가치를 강조하는 것.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독일이다. 프랑스 등 인근 나라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동안에도 독일은 굳건했다. 이유는 원천 기술을 응용한 창업을 독려하기 때문이다.

바로 `베를린혁신센터(IZBM:Innovations-Zentrum Berlin Managemanagement)`가 그 곳이다. 베를린에 위치한 4개 대학과 베를린 과학기술·미디어집적 단지 `아들러스호프`, 정부가 연계해 창업을 지원한다. 이 곳 창업자는 베를린 주정부에서 조성한 모태펀드를 운영하는 금융기관에서 투자를 받거나 융자를 받는다. 플로리안 자이프 IZBM 대표는 “가업을 승계하는 걸 가장 좋은 모델로 본다”고 말했다. 대학이나 주정부 인큐베이터는 사무실을 제공하고 생활비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해 대학생 창업자에게 인기가 높다. 지원 과정에서 사업계획서를 꼼꼼하게 평가받아 신뢰성이 높고 실패하기 전에 사업 전환을 도와줘 위험 부담도 적다.

◇서유럽-동유럽 잇는 스타트업 허브

2008년부터 5년간 1500개 넘는 IT회사가 베를린에 생겼다. 관광객이 몰리는 미테(Mitte) 지구 건물 곳곳에는 스타트업이 문을 열었다. 대규모 스타트업 행사가 열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지난달에는 2차 대전때 전투비행장으로 사용되던 템펠호프 공항에서 `캠퍼스 파티`가 열린 뒤 곧이어 베를린 시내를 관통하는 슈프레강 유역의 한 비누공장 건물에서 `더 테크 오픈에어 베를린(TOAB)`이 열렸다.

베를린 장벽 일부가 남아 있는 오스트반호프(Ostbahnhof)역과 바르샤우어스트라쎄(Warschauer Strasse)역 사이 강변을 걷다보면 모래사장 곳곳에 클럽과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특이한 모양의 건물을 볼 수 있다. 베를린자유대에 유학 중인 이정화씨는 “독일에서도 베를린은 자유로운 분위기, 문화적인 인프라 때문에 젊은이가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도시`로 꼽힌다”며 “뿐만 아니라 일자리도 다른 도시에 비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서유럽과 동유럽의 가운데 위치해 해외에서도 인력이 유입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