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미래다]기획형 인큐베이터 시작점, 로켓인터넷에 가다

창업을 조금 다른 방법으로 해볼 수 없을까?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누구나 창업하고 이미 창업한 무수한 선배를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고 사업 자금까지 넘쳐난다면 이 고민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베를린 스타트업 생태계 지도
베를린 스타트업 생태계 지도

유러피안파운더스펀드를 운영하던 샘워 3형제는 조금 다른 발상을 했다. 이미 기업을 운영한 이들은 가지고 있는 자금을 이용해서 새로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만들어냈다. 2007년 `로켓인터넷`을 설립했다. 한국에도 진출한 `글로시박스`, 이베이를 벤치마킹한 `알란도`, 그루폰을 본 딴 `시티딜`, 에어비엔비를 모방한 `윔두`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로켓인터넷 본사는 베를린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미테(Mitte) 지구, 슈프레강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6층짜리 건물 전체에 로켓인터넷 본사, 새로운 인큐베이팅 회사가 입주해 있다. IT 기반 인큐베이터답게 직원들은 자유롭게 오갔다.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만든 슈퍼마리오가 보인다. 요하네스 브루더 창업과 경영지원이사는 “층 전체가 개발팀”이라고 소개했다. 세계에 퍼져 있는 로켓인터넷 자회사 서비스는 대부분 이 곳에서 개발된다. 본사에서 근무하는 인력 250명 중 절반 이상이 개발자다. 어떻게 보면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공장 같은 느낌이 든다.

다른 층에는 경영 지원과 개발 인력 등이 상주한다. 새롭게 준비한 새로운 회사 `드롭기프트` 등이 보인다. “아직까지 어떤 서비스인지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돌아왔다.

회사가 주목받은 이유는 독특한 사업 모델 때문이다. 유러피안파운더스펀드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창업자는 사업아이템을 고를 때 관여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경영은 CEO 이하 경영진이 수행한다. 알렉산더 쿠들리흐 CEO는 “사업 모델도 우리가 찾고, 창업자도 직접 찾아 나선다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에 필요한 기반이 모두 갖춰진 상태에서 CEO는 핵심적인 일(영업·마케팅)만 하면 된다는 것. 조사팀을 꾸려 사업 아이템을 선정한 다음 세계 글로벌 IT회사 컨설팅 회사, 투자은행(IB), 경영대학원(MBA)을 돌면서 창업자를 찾는다. 적당한 창업자를 영입한 다음 사업을 실행하도록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 말하자면 로켓인터넷이 모회사가 돼 자금을 투자하고 스타트업 기업은 자회사로 편입되는 방식이다. 창업 CEO는 지분 일부를 부여 받는다.

회사가 만드는 회사는 주로 인터넷 상거래(커머스), 모바일 분야다. 1년에 평균 20개 회사를 설립하고 사업 규모에 따라 투자 금액은 다르다. 대부분 사업모델이 미국 실리콘밸리 등에서 이미 검증됐다는 점에서 `카피캣`이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이 모델은 40개국 이상에서 성공을 거듭하고 있다. 이 회사가 키운 스타트업 본사만 25개국에 퍼져 있다. 로켓인터넷이 성공을 거두자 베를린 내 `팀유럽`, 한국 `패스트트랙아시아` 등 유사한 모델이 생겨났다.

쿠들리흐 CEO는 “누구든 이곳에 들어오면 빠르게 사업을 배울 수 있고 지원도 받을 수 있다”며 “카피캣이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자체적으로 개발해 낸 사업도 다수”라고 설명했다. 위험 부담을 줄이고 창업을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곳에 지원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그는 “`스마트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로켓인터넷에 영입할 의사가 있다”며 “기술 개발에 관심이 있고 실행력 있는 사람에게 이력서를 받아 케이스 발표를 듣고 함께 일할지 결정 한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