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시장도 `부익부 빈익빈`

정부의 발전 시장 육성 정책에 힘입어 민자발전소 건설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중소기업이 체감하기는 힘들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 위주로 추진되는 민자발전사업 특성상 그룹사 내부거래에 따른 일감 몰아주기 때문이다.

11일 발전협력사 업계에 따르면 STX전력의 북평화력발전소와 동부발전의 당진화력을 필두로 민간발전 시장이 개화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의 신규사업 참여 기회는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 시장에 한동안 뜸했던 신규입찰이 나오는 것은 맞지만 민간발전사 대부분이 건설·설비·자재·시스템 등 사업 전반에 자회사들을 보유하고 있어 참여할 여지가 없다는 게 발전협력 중소기업들의 전체적인 평가다.

최근 건설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약 50여기의 발전소가 민간기업을 통해서 건설될 예정이다. 설비규모로는 약 4000만㎾로 지금 국내 발전소 총량의 절반을 넘는 양이며 금액으로 따지면 50조원 이상의 신규 시장이 생기는 셈이다.

거대 신규시장 전망에도 발전협력사들의 기대치가 낮은 것은 지금의 영업상황이 그들의 우려를 방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발전공기업들 사이에서 핵심 및 우수 협력사로 지정되어 있는 발전 중소기업들도 대부분 민간기업 시장은 아직도 미개척 분야다. 회사의 규모와 역량상 발전공기업 사업 이외에 추가사업을 벌이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관계자들은 오히려 공기업보다 민간기업쪽 장벽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발전협력사 관계자는 “발전공기업에도 설계 및 컨설팅·IT·유지보수 관련 한전계열 자회사들이 있어도 중소기업이 발전사와 직접 협약과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지만 민간기업쪽은 내부거래 관행상 직접 계약이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공개입찰 시에도 계약 옵션 조건이 그룹계열사에 편향되어 있고 설령 직접 계약을 했다 하더라도 최종 납품은 관련 계열사를 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A협력사의 경우 B사에 관리 시스템을 납품하면서 직접 계약을 체결했지만 B사의 SI계열사를 통해서 시스템을 납품했고 SI계열사에 계약금의 일부를 배당금으로 지불했다. 현재 B사는 6차 전력수급계획에 200만㎾급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민간발전 시장 개화로 신규 입찰이 발생해도 중소기업은 2·3차 협력사로 참여하거나 다른 계열사를 통한 우회계약 관행을 따라야한다”며 “관행상 민간발전 사업에서 중소기업이 적정 이윤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