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신보령 주기기 계약, 속타는 두산중공업

국내 첫 100만㎾ 석탄화력 기술 도입 예정인 신보령 1·2호기의 주기기 계약이 오리무중이다. 계약조건을 놓고 사업 주체인 중부발전과 설비 제작사인 두산중공업이 1년째 논쟁 중이다. 계약이 늦어지면서 100만㎾ 설비 납품 실적 확보하겠다던 두산중공업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11일 중부발전과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완료 예정이었던 신보령 1·2호기의 터빈과 보일러 계약이 최종 가격 협상을 두고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신보령 1·2호기 주기기 계약규모는 약 1조원 수준. 그동안 협상 지연의 원인이었던 설비 안정성 강화 조항과 법률 검토도 모두 끝났지만 양측 모두 제안가격을 양보하지 않으면서 협상이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단 중부발전과 두산중공업 모두 계약파기는 없다는 대원칙은 정해뒀다. 100만㎾ 석탄화력 기술개발 국책과제로 시작해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사업인 만큼 되돌릴 수 있는 여지는 없다. 문제는 최종 계약 시점이다. 양사 모두 더 이상 계약을 늦출 수 없는 상황까지 왔지만 연말까지는 계약을 할 것이라는 미온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민간기업의 석탄화력 대거 참여로 신규 영업전선에 나서야 하는 두산중공업 입장에선 조기 납품실적 확보가 시급하다. 실제 이번 6차 전력수급계획에는 총 5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신청되어 있고 이중 대다수가 100만㎾급이다. 이번 신보령 1·2호기에서 100만㎾ 터빈과 보일러의 운영 안정성을 증명하지 못하면 과거 당진 9·10호기와 태안9·10호기처럼 일본 제작사에 시장을 내줘야 할 판이다.

이미 민간석탄화력 수주 시장은 열렸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STX전력과 동부발전이 얼마 전 주기기 계약자를 선정했고 여기서 두산중공업은 동부발전 당진그린발전소의 보일러 제작사로 선정됐다. 그나마 STX전력과 동부발전의 입찰은 50만㎾급 설비에 대한 계약으로 두산중공업이 영업의 여지가 있었지만 곧 열릴 100만㎾급 시장에서는 영업을 담보하기 힘든 상황이다.

내년 6월 신보령 1·2호기의 골격을 올려야 하는 중부발전도 날짜를 미루기 힘들다. 터빈과 보일러 제작기간을 감수하면 더 이상의 계약 연기는 전체 공사기간에 차질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두산중공업과의 기준가격에 입창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최대한 이번 계약이 올해를 넘기지는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