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프트웨어(SW) 산업은 전형적인 중소기업형 시장이라고 들었습니다. 언제나 `을`의 입장에서 제대로 공정한 대접 한번 받으셨나 싶어요.”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11일 서울 영등포 월드메르디앙비즈센터를 찾아, 15명의 SW업계 중소기업 대표들과 간담회 자리에 앉자마자 꺼낸 말이다.
김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국내외 대기업을 상대로 공정 계약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이를 심층적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찾아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IBM의 불공정 거래(SW 밀어내기)로 인해 국내 한 이노비즈 벤처기업인 A사는 총 63억원의 피해를 떠안고 현재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일선 영업현장에서 글로벌 대기업을 상대해야 하는 국내 중소 SW기업의 고충을 설명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공정위의 적극적인 중재와 개입 이후에도 대기업 그룹사 소속 시스템통합(SI) 업체의 횡포는 여전하며 오히려 더욱 지능화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항구적인 대응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대기업의 일명 `통행세` 관행은 공정위가 심각하게 보고 있는 사항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대형 시스템통합(SI)업체의 인력 빼가기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회사의 사활을 걸고 키워놓은 우수 인재를 경력사원으로 채용해가는 상황에 손 쓸 방법이 없다고 참석자들은 토로했다. SW 제값받기부터 안되니 우수 인력을 잡아 놓을만한 인건비를 못주는 게 문제라는 진단도 나왔다.
이밖에 하도급시 `끼워넣기` 관행을 비롯해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기업의 횡포에 대한 견제 △단가 후려치기 △저가수주의 현행 카르텔법 저촉 문제 등이 이날 간담회에서 광범위하게 거론됐다.
김 위원장은 “엄격한 법의 잣대를 대는 것도 좋지만, `갑`의 행태나 인식이 바뀌는 게 더욱 중요하다”며 “오늘 나온 얘기들을 수렴해 곧 있을 `대기업 CEO 간담회`때 전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업계 대표단체 자격으로 참석한 박환수 한국SW산업협회 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이 건설 등 일반 제조업계의 하도급 관련 애로사항을 듣는 행사는 종종 있었지만, SW업계와의 간담회는 사상 처음”이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상호간 진정성 있는 소통의 길이 열렸다는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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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