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사건_080] 저탄소 녹색성장 대장정 <2008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 녹색성장을 국가비전으로 선포한 200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의 전환점이 됐다. 이전 60년 동안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갈색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가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는 `녹색성장`으로 향후 60년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100대 사건_080] 저탄소 녹색성장 대장정 <2008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1월 녹색성장 기본법에 사인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1월 녹색성장 기본법에 사인하고 있다.

녹색성장을 추진한 지 4년. 녹색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등 경제가 달라지고 있으며 기업들이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이 소비자를 향한 가장 주효한 마케팅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에너지절약형 그린빌딩 건축 붐 등 환경과 생활도 변화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후변화로 `위험에 처한 지구`를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새로운 발상과 행동이 필요했다”며 “지난 2008년 대통령 취임 첫해에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를 새로운 성장동력과 삶의 방식으로 삼는 역발상 정책 `저탄소 녹색성장`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으로 선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세대가 `위험에 처한 지구`를 녹색성장을 바탕으로 `인류와 자연이 공존하는 지구`로 바꾸어낸 세대로 영원히 기억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녹색성장 추진체계 마련=앞으로 60년 발전을 책임질 녹색성장 추진체계가 마련됐다. 체계적인 녹색성장 추진기반 구축을 위해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및 녹색성장기획단이 2009년 설치됐다. 이어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 최상위 국가계획인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이 `2020년까지 세계 7대, 2050년까지 세계 5대 녹색강국 진입`이라는 비전으로 수립됐다. 2010년에는 세계 최초로 경제·산업·국토·환경·국민행동 전반에 걸친 녹색성장 지속적 추진을 위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국회 협력과 지지로 제정됐다.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0% 절감이라는 야심찬 감축목표를 설정했으며 국가 온실가스 통계 및 데이터 관리를 위해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를 설립했다. 에너지다소비 사업장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를 도입하고 지난 5월에는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세계녹색경제전략(GEI) 사업의 최초 국가보고서로 발간된 `한국 녹색성장 보고서`를 통해 주요 녹색성장 정책사례를 전파하는 등 녹색성장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개도국의 녹색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나라 주도로 설립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가 오는 10월 국제기구로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2009년 5월 열린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녹색성장 선언식'
2009년 5월 열린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녹색성장 선언식'

◇녹색산업, 신성장동력 되다=녹색산업은 이제 우리 기업들의 빼놓을 수 없는 신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방증하듯 2008~2010년 3년간 30대 그룹 녹색투자 총액은 15조1000만원 규모로 연평균 74.5%씩 늘었다.

신재생에너지, LED, 2차전지 산업에서 성장이 두드러져 산업규모 증대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 3년간 신재생 에너지 산업규모는 기업체 수 2.1배, 고용인원 3.7배, 매출액 6.5배, 수출액 7.3배, 민간투자는 5배나 증가했다. LED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2010년 세계 2위 LED소자 생산국으로 도약했고 생산규모 증가로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됐다. 2차전지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 리튬이온전지를 장착한 하이브리드카를 출시했고 GM, 포드, BMW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전기차용 2차전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녹색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향상됐다. 2011년 기준 27대 중점녹색기술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77.7%며 태양전지·2차전지 등 6개 기술은 선진국 대비 80% 이상의 기술 수준을 달성했다.

우리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영국계 투자은행인 HSBC는 2005~2010년 동안 세계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녹색산업이 빠르게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녹색성장으로 생활이 바뀌다=그린카드, 고효율제품 확산 등 `녹색생활`이 보편화됐다. 정부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협조 유도를 위해 그린스타트, 그린에너지패밀리 등 범국민 실천운동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가정·직장에서의 녹색생활 실천운동을 전개했으며 녹색생활·소비 확산에도 공을 들였다.

그 결과 녹색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그린카드 보급은 10개월 만에 300만명 이상 참여, 녹색소비·녹색생활 확대 계기를 만들었다. 정부는 시민·기업 모두가 참여하는 `녹색소비 아이콘`으로 정착한 그린카드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포인트 제공매장을 대형마트에서 동네슈퍼·편의점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린카드 포인트 지급대상 제품도 기존 환경표지, 탄소성적표지 인증제품에서 에너지고효율 제품, 유기농산물 등으로 확대한다.

고효율제품 보급 확대로 에너지소비도 줄고 있다. 지난해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 대상 제품 판매량이 2006년 대비 18.7% 증가했고 에너지 절감량은 117.6% 늘었다. 가구당 평균 가전기기 보유대수가 18%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전기기 전체 소비전력 중 대기전력 소비 비중은 줄었다. 전열기 에너지비용 표시제 도입으로 지난해 전열기 판매량이 전년도보다 8.8% 줄었다.

녹색제품 구매액이 2006년 1600억원에서 지난해 3800억원으로 확대되는 등 민간부문 녹색소비 확산을 기반으로 녹색제품 시장도 커졌다.

양수길 녹색성장위원장
양수길 녹색성장위원장

◆ 양수길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지난 10년간 우리나라는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요소투입형, 따라가기형 경제성장의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새로운 경제성장 패러다임으로의 전환과 장기적 신성장동력 창출이 절실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녹색성장입니다.”

양수길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녹색성장은 필연적 선택`임을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에너지소비국으로, 총에너지의 97%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취약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며 “기후변화와 화석연료 고갈 위기에 대응한 에너지·환경 문제의 해결이 세계 환경·경제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도전적 과제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특히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3.5%에 이르기 때문에 EU의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기준 강화 등 선진국의 탄소장벽에 대응해 나가야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향후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세계적인 `녹색성장`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녹색성장은 반드시 걸어가야 할 길이며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라는 사실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또 “한국은 경쟁국보다 한발 앞서 녹색 원천기술 개발과 이의 산업화를 추진해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산업의 선점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은 선진국의 탄소장벽을 미리 인식하고 대비하는 계기가 됐다”며 “비의무감축인 우리나라가 자발적으로 감축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얼리 무버(early mover)이자 선진·개도국 간 가교역할을 수행해 우리나라의 국격을 끌어올렸다”고 평했다.

양 위원장은 “하지만 녹색성장은 경제·사회 운영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므로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밝혔다.

법, 조직, 중장기 계획 등 녹색성장을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는 확립했으나 실질적인 성과 달성을 위한 세부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고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절약을 위한 가격체계와 세제 등 구체적인 실천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녹색성장의 기본 인프라를 만드는 데 역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국민인식 개선과 녹색생활 실천을 위한 정책 마케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미래 성장동력으로서의 녹색산업은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고 정책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차기 정부가 녹색성장 바통을 잘 이어받아야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