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2월 8일 제정된 전자거래기본법은 UN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의 전자상거래모델법을 수용해 만들어진 것이다.
전자거래기본법은 전자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고 전자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함으로써 전자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전자문서에 서면문서와 동일한 수준의 법률 효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배경으로는 무역에 적용되는 전자문서의 국제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서다. 당시 전자문서는 수출입에서 전자신용장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했다.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한 전자문서를 생산, 유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했다.
주요 제정 내용으로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전자문서 효력 부여 △전자거래 촉진에 필요한 기반조성사업은 원칙적으로 민간 주도 △정부는 전자거래정책협의회를 구성, 전자거래촉진계획 수립 및 시행 △한국전자거래진흥원 설립 △소비자에게 정보제공과 소비자 피해보상기준 적용 등이다.
이후 전자거래 환경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 2002년과 2005년, 2007년에 법률 개정이 이뤄졌다. 2002년 개정에서는 전자문서의 개별법상 효력을 명확히 하고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제도를 신설했다. 2007년 개정에서는 종이문서의 전자적 보관을 촉진하기 위해 스캐닝문서라고 불리는 전자화 문서 보관요건을 규정했다. 전자화 문서 생성에 이용되는 시설·장비 인증제도 도입,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시설·장비 점검제도 도입 등을 다뤘다.
UNCITRAL도 국제거래협약을 전자적 환경에 적용하는 데 장애가 되는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2005년 `국제계약에서 전자적 의사표시의 사용에 관한 협약`을 제정, UN총회에서 정식 채택됐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인해 여러 차례 법 개정을 진행했지만 전자거래기본법은 변화된 디지털 환경에 적합하도록 개정이 또 필요했다. 개정 배경으로 첫째는 `전자 거래의 촉진 및 보호`와 `전자문서의 활용촉진 및 보호`와 `전자문서 활용촉진`을 명확히 분리해 규율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전자거래기본법은 문서감축으로 효율성 향상과 전자적 환경 확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실제로는 전자거래 중심으로 규정돼 전자문서 관련 정체성이 모호해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둘째는 우리나라는 2008년 1월 `국제계약에 있어 전자적 의사표시의 이용에 관한 협약`에 서명해 전자거래에 관한 국내외 법 규범을 통일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자계약협약은 국제거래에 관한 법 규범으로 한 국가 내에서 이뤄지는 계약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채택한 국가의 전자거래에 관한 법 규범이 협약과 서로 다르면 규범의 이중성이 발생한다.
셋째는 전자문서 규정 및 공인전자문서보관소제도 시행 후 발견된 법·제도적 미비점을 파악해 보완할 필요성이 있었다. 전자문서 효력 및 별표와의 관계정립, UNCITRAL의 `전자계약 협약에 따른 전자적 의사표시` 정의 규정 등이 이뤄져야 했다. 전자문서의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규정과 종이원본 문서 보관이 필요없는 전자거래기본법 제5조 제2항의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의 판단 여부에도 보완이 이뤄져야 했다.
이로 인해 2012년 5월 전자거래기본법은 재개정됐다. 이 과정에서 전자거래기본법 명칭이 `전자거래 문서에 관한 기본법`으로 변경됐다. 전자거래기본법은 당초 전자거래 관련 내용과 전자문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 명칭이 전자거래기본법으로 돼 있어 전자거래에 비해 전자문서에 관한 규정의 중요성이 부각되지 못했다. 이러한 연유로 인해 전자문서와 전자문서 유통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는 법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자거래는 ICT 발달에 따라 새로운 영역의 법률문제를 발생시킬 뿐 아니라 시·공간 초월성이라는 특성으로 국제규범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됐다. 현재 디지털환경에 적합한 전자거래 촉진 및 보호와 전자문서의 활용촉진을 명확히 규율할 수 있는 방안이 전자거래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정보통신 융합 및 확산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전자적 의사표시와 전자문서 제도의 보완도 시급하다. 현행 전자거래기본법이 가자는 법·제도적 미비점을 찾아 개선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전자거래가 일반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전자거래기본법이라는 특별법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전자거래 관련 규정을 민법에 편입시켜야 할 것인지 검토도 해야 한다. 전자거래에 관한 규정을 민법에 편입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 정완용 전자거래법 입법준비위원(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당시 우리나라는 무역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습니다. 그래서 국제 무역 기준을 따라야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전자거래기본법을 제정하게 된 또 하나의 배경에 대한 정완용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의 설명이다. 정 원장은 1999년 2월 전자거래기본법이 제정될 당시 초안 작성을 위한 입법준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정 원장은 “1990년대 중반 들어 수출입에 전자문서가 많이 활용되기 시작했다”면서 “UN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가 전자상거래 모델법을 만들면서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전자문서를 활용하는 법 제정에 착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UNCITRAL의 전자상거래모델법은 국제적으로 적용되는 수출입 전자문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다. 이를 기반으로 각 나라가 자체적으로 법을 만들었다.
1996년 UNCITRAL이 전자상거래모델법을 만들고 난 후 1997년 말 우리나라는 전자거래기본법 제정 입법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정 원장은 “8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법 제정을 위한 기초자료를 비롯해 외국사례, 국제법 등을 분석했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법 초안을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이를 토대로 당시 산업자원부가 전자거래기본법 법안 실무위원회를 구성, 초안을 검토하고 법제처 심의를 거쳤다.
당시 우리나라는 전자문서 법을 처음 만들다 보니 어려운 점도 많았다. 그 중 가장 어려웠던 게 용어정리였다. 전자문서 용어가 전자기록, 전자문서교환(EDI) 등 다양하게 쓰였다 이외에도 많은 용어가 혼용됐다. 전자상거래로 할지, 전자거래라고 할지도 당시는 고민이었다.
전자거래기본법이 다루는 영역을 결정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영역을 놓고 옛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법무부, 문화부 등의 이해관계가 엇갈렸다. 정 원장은 “결국 부처 간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어 산자부 내 영역으로 국한해 법을 만들게 됐다”면서 “이 점이 현재까지도 전자거래기본법의 한계로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자부 내에 국한됐기 때문에 전자거래기본법이 일반법에 명시되지 못했고 현재까지도 많은 법과 상충되는 상황을 발생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전자거래기본법에 담고 있는 전자문서 효력을 최근 민법에 명시하는 노력이 추진되고 있다. 정 원장은 “이미 독일에서는 전자문서 효력을 민법에 담는 노력을 했고 실제 현실화했다”면서 “우리나라도 이러한 연구가 더욱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소 한계는 있지만 전자거래기본법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정 원장은 “전자문서를 법적으로 인정해줌에 따라 다양한 산업에서 전자문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국제 무역에서 우리나라도 기준을 준수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
[표] 전자거래기본법 관련 역사
(자료 :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