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세계경제포럼(WEF)이 국가별 경쟁력 평가 결과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험악했다. 우리나라가 2007년 11위를 정점으로 2008년 13위, 2009년 19위, 2010년 22위를 기록한 데 이어 2011년엔 24위까지 떨어지며 4년째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가 직접 나서 “평가 설문이 특정 대학 재학생과 동문 대상으로 실시됐지만 회수된 것은 4.1%에 불과해 설문을 통한 지표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해명까지 내놨다. WEF가 실시하는 국가 경쟁력 평가 결과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이 지난해보다 5단계나 껑충 뛰어올랐다. 평가대상 144개국 가운데 19위를 차지했다. 지난 4년간 끝없이 추락하던 국가 경쟁력이 다시 날아오르기 시작했으니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도 1년 만에 표정을 싹 바꿨다. 우리나라 보건, 교육, 상품시장 효율성이 개선되면서 3년 전 경쟁력 순위를 회복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해마다 국가 경쟁력 평가를 실시하는 유명 기관으로는 WEF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있다. 이들 기관은 경쟁력 평가에 실물경제 지표와 통계 데이터, 기업경영인 설문조사 등을 활용한다. 문제는 두 해외 기관 평가 결과의 신뢰성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점이다. 국가별 경쟁력 순위가 뚜렷한 이유 없이 매년 들쑥날쑥한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두 기관은 같은 시기에 한국을 평가했는데도 결과는 정반대였다. WEF 순위가 밑바닥을 기는데도 IMD 평가 결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가 경쟁력 평가치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면서 평가 신뢰도를 놓고 논란이 계속됐다. IMD가 통계를 많이 사용하고 WEF는 설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도 신뢰성에 의문이 남는다.
평가 결과가 엇갈리는 이유는 뭘까. 주관적 의견이 들어간 설문조사가 평가 오류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기업인 설문 결과는 사회 만족도 조사가 될 수 있으나 국가 경쟁력 평가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WEF 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보다 순위가 높게 매겨진 나라들 중에 경제 규모나 산업 생산성 등이 한국보다 낮은 국가도 수두룩하다. 설문조사를 제외한 순수 경제지표만 가지고 따로 분석한 결과 과거 38위였던 우리나라가 23위로 올라간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이 지난해보다 `몇 계단 떨어지거나 올랐다`는 사실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지난해보다 경쟁력 평가 순위가 5단계나 뛰어올랐다고 웃을 일이 아니다. 2012년 WEF 평가에서도 `열등생` 처지를 벗어나지 못한 분야가 수두룩하다. 금융시장 부문에선 대출 용이성(115위), 벤처자본 이용가능성(110위), 은행 건전성(98위) 등은 여전히 하위권이다. 제도적 부문에선 정치인에 대한 공공 신뢰가 지난해 111위에서 올해 117위로 더 떨어졌다. 정책결정 투명성도 128위에서 133위로 내려가 낙제 점수를 받았다. 정부지출 낭비 정도는 95위에서 107위로 떨어져 100위권 밖으로 밀렸다.
이런 WEF 측의 애정 어린 충고를 고맙게 새겨들으면 그만이다. 국가 경쟁력 순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순위 평가 결과에 애써 변명할 필요가 없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할 일도 아니다. 경쟁력 평가 결과를 매년 올림픽 메달 순위처럼 발표하고 상승과 하락 원인을 직접 설명하는 국가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세계적 수준보다 뒤떨어진 부분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는 데 참고하면 충분하다. 국가 경쟁력 평가는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다.
벤처경제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