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남동풍

서기 208년 겨울, 양쯔강 남안의 적벽(赤壁). 유비와 손권이 이끄는 10만 연합군과 조조의 80만 대군이 맞닥뜨렸다. 수적 열세로 위기에 몰린 연합군. 책사 제갈량은 장수 주유에게 동짓날부터 사흘 동안 거센 남동풍을 빌려 오겠다고 제안한다. 남동풍을 이용해 조조군을 화공(火攻)으로 물리치자는 것. 약속한 날이 되자 제갈량의 예언대로 남동풍이 불었다. 조조의 대군은 불화살에 궤멸했다.

오나라 도독 육손은 대군을 이끌고 공격하는 유비를 상대했다. 육손은 주로 방어만 하면서 철수를 반복했다. 남방 지방의 무더위를 활용할 속셈이다. 쫓아가던 유비군은 더위에 지치고 전염병에 시달린다. 유비군은 마지못해 폭염을 피하기 위해 숲 주변에 진지를 구축한다. 이를 기다린 육손은 숲속 유비군에 사정없이 불화살을 날린다.

제갈량과 육손은 날씨를 이용해 큰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날씨가 그들에게 승리를 안겨줬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음 달 26∼31일에 쏘아 올릴 세 번째 나로호 발사에도 날씨는 큰 변수다.

고려할 대상은 단순히 비바람 정도가 아니다. 나로호를 쏠 수 있는 기온은 영하 10도에서 영상 35도 사이다. 지상풍 평균 풍속이 초속 15m를 넘어가면 발사체를 안정적으로 올리기 힘들다. 높은 상공의 바람도 살펴야 한다. 비도 마찬가지다. 우주센터는 물론이고 근처 50㎞ 이내에 강수가 있으면 발사하기 어렵다. 천둥, 번개, 낙뢰 등은 말할 필요도 없다.

첨단과학의 결정체를 모두 묶어 놓은 로켓이라도 날씨가 허락하지 않으면 하늘로 올라갈 수 없다. 발사장과 로켓은 만들었지만 원하는 기상조건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정부는 기상청을 통해 발사 당일까지의 날씨를 예의주시할 뿐이다. 발사 당일 날씨가 좋은 조건이길 기대한다. 우주강국을 위한 첫걸음인 나로호에 거는 기대가 크다. 나로호의 성공적 발사를 위해 남동풍이 불어 줄 수 없을까.

윤대원 벤처과학부 차장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