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대학·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해 수익이 발생하면 일부를 대학·연구소에 보상해 준다. 대학·연구소가 용역 형태에 그치는 과제 수행 위주의 관행을 바꾸자는 취지다. 산학협력 활성화의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기업 재원으로 대학(산·학) 연구소(산·연)가 개발한 과제가 일정 이상 수익을 실현하면 기업이 대학·연구소에 보상하는 내용의 `산학연 협력연구 협약 가이드라인(모범협약서)` 초안을 마련했다. 지재위는 3월 가이드라인 개발 `특별전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달 19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공청회를 연다.
가이드라인은 연구개발(R&D)비 출처와 R&D 참여 주체 등에 따라 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기업이 개발비를 내고 개발을 주도한 때를 제외하고 일정 규모를 대학·연구소 연구 주체에 보상하는 내용이다. 가이드라인은 보상 규모와 비율을 명시하지 않는다.
지재위가 민간 참여 사업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은 산·학, 산·연 공동 개발 과제의 소유와 활용에 대학·연구소 불만 때문이다. 일례로 산학공동 개발 결과물의 소유권·통상실시권을 대학·기업 모두 소유하면 기업만 활용한다. 대학이 기술이전을 원해도 기업이 동의를 하지 않아 수익을 실현하지 못했다. 대학은 시설·장비 등 인프라와 교수·학생 등 고급 인력을 투입했지만 수익 창출은 과제비에 그쳤다. 단순히 용역사업이 아닌 성공적인 개발 결과물에 합당한 보상을 하라는 취지다.
지재위 한 상임위원은 “대기업이 미국 MIT와 계약 조건과 국내 대학 계약조건이 확연히 다르다”며 “대학에 마치 용역과제를 맡기듯이 계약한다”고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상임위원도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으면 소유권은 사진관에 있다”고 예를 들며 “공동 개발 이익 모두를 기업이 가져가는 구조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향후 과제는 기업 가이드라인 실행 여부다. 지재위는 공청회 결과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기업·대학·연구소에 배포할 계획이나 연착륙할지 의문이다. 서주원 이디리서치 사장은 “대학이 주도적으로 개발했다는 것과 제품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승욱 아이피큐브파트너스 대표도 “공동 개발을 이유로 기업이 교수 보유 기술을 허락도 안 받고 쓰는 사례가 있다”며 “기업이 얼마나 잘 따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KAIST는 지난 2007년 기술 실시권 행사 한계를 이유로 기업과의 수탁 과제 수행 과정에서 창출한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학교 소유로 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이 여파로 몇몇 대기업은 KAIST와 공동개발을 하지 않는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