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95조원 시대, 이것만은 따져라

지난 8월 통계청에 따르면 7월에 늘어난 자영업자수는 모두 19만 6,000명으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이처럼 자영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에 대해 ‘베이비붐 세대의 남성이 은퇴하면서 자영업에 앞다퉈 뛰어든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창업 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폐업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를 보면 2001에서 2008년에 창업한 영세업자가 1년 이내 살아남는 비율은 평균 66.9%에 불과했다. 창업 후 3년 동안 생존하는 비율은 절반을 조금 웃도는 37.1%로 뚝 떨어진다.

프랜차이즈 95조원 시대, 이것만은 따져라

실제로 지난 8월 말 자영업자 점포 거래소 ‘점포라인’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매물로 등록된 한식점, 치킨전문점, 커피전문점, PC방 등 1945곳의 거래 정보를 조사한 결과 한식점의 경우 권리금이 2009년 1억 1,127만원이었지만 올해는 1억 233만원으로 8% 내렸다. 요 2~3년 새 대세로 인정받은 커피전문점 역시 권리금이 1억 3,679만원에서 1억 3,956만원으로 불과 2% 오르는데 그쳤다.

◇ 위험부담 줄이려면 ‘가맹점’ = 점포라인 김창환 대표는 “이들 네 업종은 운영 전략과 열정에 따라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업종이지만 쉽게 보고 덤비는 자영업자들이 많아 폐업 쓰나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자금만 갖춰지면 창업이 쉽고 기간도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운영 과정 역시 쉽게 보는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물론 가맹점으로 사업을 시작한다면 실패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본사에서 상품과 사업 노하우를 전수받아 초기 위험부담은 낮추고 보다 수월하게 창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몰 경제연구소 권충현 팀장은 “가맹점은 위험부담이 낮아지는 반면 개인창업에 비해 가맹비, 보증금, 로열티, 인테리어 비용 등 투자비용이 높다”고 설명했다.

◇ “영업사원 말도 가려들어라” =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만나는 영업사원마다 ‘대박자리다’, ‘명당이다’라고 강조한다면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직접 소유한 건물이 아니라 임대한 건물에서 사업을 하겠다면 건물주나 주위 상인들에게 유동인구나 제반 상황을 확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한리필 체인 ‘치킨팩토리’(www.chifac.com) 김선호 대표는 “국내 프랜차이즈 본사 영업사원은 계약 건수에 따라 급여를 받는다. 실적 때문에 책임질 수 없는 약속을 하거나 무조건 계약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체인은 최종상담부터·점포결정·가맹계약까지 김 대표의 검토를 거친다. “물론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을 하는 영업사원도 많다. 하지만 위험요인에 대한 검토를 영업사원에게만 의존하면 예비창업자 뿐만 아니라 본사도 위험요인을 떠안게 된다. 예비 가맹점주도 직접 만난다” 김선호 대표의 설명이다.

◇ 고정관념 틀면 ‘경쟁력 보인다’ = 외식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고려해보는 업종 중 하나인 치킨전문점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우리나라 하루 프라이드치킨 소비량은 100만 마리에 달한다는 한국치킨외식산업협회 자료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치킨전문점을 1순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다 최근에는 대형마트도 치킨장사에 나서면서 자연히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지적한다.

▲ 치킨팩토리 매장. 점심 무제한 메뉴까지 갖춰 경쟁력을 높였다.
▲ 치킨팩토리 매장. 점심 무제한 메뉴까지 갖춰 경쟁력을 높였다.

치킨팩토리 김선호 대표 역시 “치킨전문점은 흔히 ‘저녁장사’로 알려져 있지만 고정관념을 바꾸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체인 역시 저녁시간에는 1인당 7,900원에 12종류 치킨을 무제한 제공한다. 하지만 낮시간에도 1인당 5,900원에 돈까스를 무제한 제공해서 점포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지출비용을 충당할 수 있게 했다. 가맹점주의 만족도도 높다는 설명이다.

◇ ‘정보공개서’에만 의존하는 것은 금물 = 가맹사업법상 계약 14일 이전에 받을 수 있는 ‘정보공개서’는 그 가맹점 체인의 성적표나 다름없다. 정보공개서를 이용하면 본부의 재정, 운영, 임원의 범죄 행위 등 관련사항 및 직영점, 가맹점 수 등의 세부내용과 본부와 가맹점의 의무, 권리사항을 구체적으로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업계관계자들은 '정보공개서에 드러난 숫자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 업계관계자들은 '정보공개서에 드러난 숫자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창업몰 경제연구소 김정수 팀장은 “창업 이후 관리 시스템과 가맹점 운영관리, 매뉴얼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개점 홍보는 물론 가맹점 운영 중 생길 수 있는 갈등이나 불만사항 해결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단기간에 너무 많은 가맹점이 개설되었을 경우 개설 이익에만 급급한 체인일 수 있어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