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식량위기의 대안인가. 아니면 건강을 위협하는 악마의 유혹인가. 식품첨가물 논란이 식탁 위의 `뜨거운 감자`다.
음식 관련 TV프로그램에 식품첨가물이 등장할 때마다 해당 음식의 판매나 식당 매출이 급감하는 등 홍역을 치른다.
식품첨가물 중에 대표적인 것이 흔히 `미원` `MSG` 등으로 부르는 L-글루타민산나트륨이다. L-글루타민산나트륨은 다시마에서 발견된 것으로 식품에 감칠맛을 부여한다. 일반적으로 `육수의 맛`으로 떠올리는 감칠맛의 정체는 글루타민산과 핵산이 주성분이다. 자연적 감칠맛은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변하는 아미노산에서도 느낄 수 있다.
식품첨가물은 우리 식탁의 역사를 바꿨다. 1909년 이케다 기쿠나에 일본 도쿄대 교수는 다시마에서 이 감칠맛 성분을 추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조미료로 상품화돼 선풍적 인기를 일으켰다. 우리는 다시마, 멸치, 표고버섯 등을 이용하지 않고도 육수에서 감칠맛을 느낄 수 있게 됐다.
MSG는 소량을 먹었을 때는 인체에 무해하며 오히려 음식 맛을 좋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다량 섭취할 때에는 두통이나 구토 등 일시적 과민반응을 유발할 수도 있다. 사람에 따라 중화요리를 과식하고 속이 더부룩하다고 호소하는 사례에서는 지나친 MSG 사용과 섭취가 문제가 될 때도 있다.
그렇다면 모든 식품첨가물이 나쁜 것일까. 건강과 바른 먹거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품첨가물에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식품첨가물은 식품의 산도를 높이거나 알칼리도를 조절하고자 쓰이는 산미료, 산도조절제부터 분말제품이 덩어리로 뭉쳐지는 것을 막는 고결방지제, 거품 생성을 감소시키는 소포제까지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젊은이들이 즐겨 먹는 비타민 음료부터 카레, 케첩 등 사실상 우리가 먹는 모든 가공식품에는 식품첨가물이 들어가는 셈이다.
식품첨가물이란 용어가 나온 것은 1962년이지만 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육고기를 보관할 때 암염을 뿌리는 전통적 생활의 지혜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식품첨가물의 역사는 음식물 가공, 보관의 역사와 함께했다.
식품첨가물은 제조 방법에 따라 천연 재료인 식물, 동물, 광물 등에서 추출·농축·분리·정제하는 방법 등으로 얻기도 한다. 화학적 합성품은 원소 또는 화합물의 분해반응 이외의 화학반응을 일으켜 얻을 수도 있다. 제조 과정 중에는 사용되지만 최종 제품에는 남지 않는 대두 등도 있다.
`그녀의 몸에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이 좋을까. 무지방 우유가 좋을까`로 화제를 일으켰던 커피 TV광고에는 아예 직접적으로 식품첨가물 이름이 등장했다. 이 광고는 프림에서 카제인나트륨을 빼고 우유를 넣었다고 하면서 차별화에 성공한다. 순식간에 커피업계 순위가 뒤바뀌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광고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와 달리 카제인나트륨은 인체에 무해하다.
카제인나트륨은 대표 식품첨가물로 유화제다.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않는 재료들을 혼합시켜 주는 것으로 분유, 치즈, 아이스크림, 빵 등에 널리 사용한다.
우유에서 추출한 단백질 성분인 카제인은 체중을 늘리기 위해 환자나 운동선수가 보충제로 섭취하기도 한다. 우유에 알칼리 처리를 하고 열을 가해 얻을 수 있는 대표적 우유 성분이다. 이 카제인이 물과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나트륨을 결합시킨 것이 카제인나트륨이다. 카제인나트륨은 제조 과정 때문에 화학적 합성품으로 분류하지만 일일섭취량에도 제한이 없다.
국내에 표시되는 식품첨가물은 국제기구 JECFA(FAO/WHO 합동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 등에서 독성시험을 포함한 과학적 시험을 거쳐 안전성이 확인된 품목이다. 우리나라는 식품위생법에 의거해 식품의 제조, 가공 시에 사용되는 각종 식품첨가물의 명칭과 용도를 함께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대부분의 식품첨가물은 영양소를 더 하기도 하고 음식의 색과 맛을 더 좋아지게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식품이 상하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보존료로 불리는 식품첨가물은 식품의 맛과 영양을 지키면서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독소로부터 음식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보존료가 없다면 우리는 매일 음식을 사기 위해 마트나 시장을 가야 한다. 산화방지제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공기 중의 산소, 빛, 열 등에 의해 불포화지방산이 산화되는 것을 막아준다. 바쁜 현대인의 생활에 식품첨가물은 통조림, 유제품, 과자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아질산나트륨, 질산나트륨 등 소시지 성분표시로 알려진 발색제는 가공과정 중에 검붉게 변색되는 고기 색깔을 먹음직스럽게 바꿔준다. 소시지나 햄을 만들려면 식염, 발색제, 설탕 등에 담가 4~7일간 저온에서 숙성시키는 염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염지 과정에 사용되는 식품첨가물은 보툴리누스균 등 식중독균에 의한 식품 변질을 막아주기도 한다.
설탕의 200배 단 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진 감미료 아스파탐도 식품첨가물이다. 같은 분량인 1g당 4㎉의 열량을 내지만 단 맛은 200배 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칼로리 성분으로 분류한다. 칼로리가 없는 콜라나 음료 등에 무설탕이란 표시를 종종 볼 수 있다. 무설탕에 칼로리가 없는데도 단 맛을 내는 까닭은 아스파탐을 쓰는 게 대부분이다. 아스파탐은 설탕을 대신해 만들어진 감미료로 당뇨나 비만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쓰이기도 한다.
식품첨가물은 음식의 색과 맛을 더해 우리의 눈과 혀, 코를 속이기도 한다. 식용색소로 불리는 착색료나 착향료는 천연 재료가 내기 어려운 식품 본래의 색깔과 향을 내주는 역할을 한다. 바나나맛 우유에 바나나가 아닌 바나나향을 느낄 수 있는 착향료가 들어가는 것은 유명한 사례다.
실제로 천연재료를 가공하는 식품은 원래 재료가 가진 맛과 향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양이 필요하다. 또 열을 가하는 제조과정이나 유통과정에서 변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대로 쓰기 어려운 면도 있다. 집에서 과일이나 채소주스 등을 직접 제조해 본 사람이라면 한 잔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재료가 들어가는지 알 수 있다.
유해성 논란에도 식품첨가물은 음식의 맛과 향을 더하고 심지어 가격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 식품첨가물로 대량생산이나 유통이 가능하고 원가 절감효과로 많은 소비자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일부에서는 식량위기의 대안으로 첨가물을 비롯한 합성식품을 제시한다.
식품첨가물은 무조건적인 악도 대안도 아니다. 남용했을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식품산업이 커지면서 첨가물 제조 기술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교묘해졌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꼼꼼하게 알고 대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일본 첨가물업계에서 일한 아베 쓰카사도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에서 식품업체가 100% 성분표시 등으로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탁의 `미래`가 달렸다.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청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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