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개봉작]광해, 왕이 된 남자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당쟁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광해군 8년. 서자 출신인 조선의 왕 `광해(이병헌)`는 자신을 해하려는 무리의 위협에 폭군으로 변한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점점 난폭해져 가던 왕 `광해`(이병헌)는 도승지 `허균`에게 자신을 대신하여 위협에 노출될 대역을 찾으라고 지시한다. 기방에서 만담으로 인기를 끌던 `하선`(이병헌)이 발탁된다.

[금주의 개봉작]광해, 왕이 된 남자

부패한 조정을 풍자하는 만담을 즐겨 하던 하선은 왕과 똑같은 외모를 지녔다는 이유 하나로 15일간 왕의 대역을 맡는다. 왕의 법도를 어렵게 익혀가던 하선은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부패한 관리들과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왕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영화는 조선왕조실록 가운데 광해군 8년 2월 28일, `숨겨야 할 일들은 조보에 내지 말라`는 구절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어진 팩션 사극이다. 실록에서 영원히 사라진 15일간의 행적을 상상력으로 채웠다.

영화는 하선이 왕의 법도를 익혀가는 과정 안에서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도해낸다. 자신의 안위와 왕권만을 염려하던 왕 광해와 달리 정치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사람과 백성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는 잘 아는 하선의 언행이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탁월하다. 처음으로 사극 연기에 도전한 이병헌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완벽한 연기력으로 광해와 천민 하선, 1인 2역을 소화했다. 류승룡과 한효주, 김인권, 장광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들의 연기 또한 영화를 빛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