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삼성전자 컨트롤타워가 교체된 지 14일로 100일을 맞는다. 삼성은 지난 6월 7일 최지성 부회장과 권오현 부회장을 각각 삼성 미래전략실장, 삼성전자 CEO로 선임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스피드가 획기적으로 높아졌다는 평가가 대세다. 의사결정과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애플과의 특허소송과 신제품 출시 등에서도 선제적 대응이 두드러진다.
◇최지성, 글로벌 성공 노하우 전 계열사 전파
최지성 부회장은 이전 그룹 미래전략실장들과 달리 비즈니스 부문에 많이 관여 중이다. 삼성전자 CEO 업무와 연계된 부분이 남아있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벌이는 특허소송도 최일선에서 대응하고 있다. 그는 각 계열사의 비즈니스에도 많은 관심을 높이고 있다. 전자 이외 파트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회장은 글로벌 감각과 마케팅, 영업에 강점을 갖춘 경영자로 꼽힌다. 그룹 업무를 총괄하면서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이뤄온 성공 방정식를 전 계열사로 전파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이른바 `전 계열사의 삼성전자화`다.
최 부회장은 지난 100일간 이건희 회장이 갖고 있는 미래 산업에 대한 인식과 새로운 먹거리 발굴 의지도 각 계열사로 적극적 설파중이다. 시간을 가리지 않는 스마트폰 업무지시와 피드백도 많아졌다. 그룹 임원진의 조기 출근제 단행도 방심하지 않는 조직을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조직의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지적도 일부 나온다.
최 부회장의 주요 미션에는 삼성의 신수종 사업 발굴이 포함돼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최지성식 그룹의 차세대 구상에도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권오현, 조용한 카리스마 글로벌 톱 지향
CEO는 실적으로 말한다. 권오현의 삼성전자호는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우려에도 최고의 실적을 구가중이다. 올해 매출 200조원, 영업이익 25조원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권 부회장은 취임이후 조용한 카리스마로 삼성전자를 운영하고 있다. 외부 활동보다는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CEO로 나선 이후에도 세트 부문 권한을 대부분 위임했다. 하반기 전략회의나 IFA2012 등 세트 부문의 경영현장에 직접 나서지 않고 각 부문장에게 역할을 맡겼다.
그는 세트부문에서는 스마트폰과 TV에서 쌓은 1등 DNA를 가전과 카메라, IT기기 등으로 확산하는 데 주력한다. 부품 영역에서는 지난 12일 중국 시안에 차세대 낸드플래시 공장 착공이라는 성과를 냈다.
권 부회장은 취임이후 꾸준히 소프트파워를 강조해왔다. 하드웨어 중심의 삼성전자가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콘텐츠까지 결합한 토털 대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도전과 혁신이란 단어도 그의 지휘 서신에 자주 포함된 어휘다.
그는 `삼성전자가 진정한 글로벌 톱이 되기 위한 분기점에 놓여있다`고 판단한다. 사업에서 보다 공격적 도전이 필요한 때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IT업계에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위치에 있다. `First Mover`로 자리잡은 삼성전자의 방향키를 잘 조율해야 하는 게 그의 임무다. 단기적으로 세트에선 경쟁자며 부품 사업의 주요 거래처인 애플과의 관계를 잘 정립해야하는 숙제도 갖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