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로 나눠진 현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정부조직과 정책 추진이 모두 실패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차기 정부에서는 ICT 강국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전담부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비판이 나와 더욱 주목된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권은희·남경필 의원이 공동 개최한 `창의국가 건설을 위한 차기정부 ICT 거버넌스 방향`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임주환 고려대 교수는 이같이 주장하며, 분산된 ICT 정책기능을 일원화한 `정보미디어부`를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회에는 새누리당에서 이한구 원내대표,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 정우택 최고위원, 송광호 의원, 박창식 의원, 류지영 의원, 전하진 의원, 윤명희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고, 이병석 국회 부의장도 참석해 ICT 조직개편의 필요성에 힘을 보탰다.
임 교수는 현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 “정통부 해체로 ICT 콘트롤타워 문제가 대두됐다”며 보완책으로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를 강화하고 IT특보를 뒀지만 미봉책으로 결론났다”고 평가했다. 또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로 급속한 ICT 발전과 환경변화에 제대로 대응 못했다”며 “지경부도 방대한 업무영역을 담당하느라 급변하는 ICT에만 집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도 스마트 환경에 대응하지 못했고, 폭증하는 트래픽에 대한 대비보다 요금인하에 주력하는 등 적절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임 교수가 제안한 정보미디어부는 방송, 통신, 인터넷, 미디어, 콘텐츠,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ICT 전담부처다. 또 부처 간 정책조정과 효율성 강화를 위해 ICT 수석비서관과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ICT 위원회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 토론자들도 대부분 ICT 전담부처를 포함한 새 거버넌스 개편 필요성에 동의했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은 “현 정부는 분산형 ICT 조직개편으로 정보통신 부문의 경쟁력이 하락했고, 세계적인 ICT 생태계 변화를 선도하지 못했다”면서 “차기 정부는 ICT 관련 정책 기능을 통합해 독임제 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희준 이화여대 교수는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를 4개의 부처에 분산시키는 것보다는 전담부처에 맡기는 방법이 더 적절하다”면서 “ICT 생태계 전체를 총괄하는 정보매체혁신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직개편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조직개편 이후 방통위가 업무를 정상화하는 데 2년이 걸렸다”면서 “방통위 문제가 독립성이 약하고, 위원 전문성 미비 등의 운영상의 문제는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권은희 의원은 “창의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ICT 생태계 전체를 포괄하는 국가적인 거버넌스 방향 모색이 시급하다”면서 “이제라도 전문성을 가지고 ICT 발전만 생각하는 부처,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진정한 창의경제, 창의국가를 이끌어갈 수 있는 ICT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ICT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만큼 차기 정부에서는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부 조직이 갖춰져야 한다”며 “여기 모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 같은 부분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임주환 고려대 교수를 비롯해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송희준 이화여대 교수, 박상인 서울대 교수, 박승정 전자신문 정보사회총괄 부국장, 안현실 한국경제 논설위원 등이 주제발표와 패널토론을 가졌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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