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의 글이나 행동의 사소한 문제를 지적하며 비난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그저 웃어넘기면 될 유머 글에 과도하게 진지한 댓글을 다는 사람을 비꼬는 의미로도 쓰인다. 선비 노릇을 하는 것은 `선비질`이라고 한다.
선비는 스스로 의식 있는 개념인이라 생각하며 인터넷 여론에 휘둘리는 우매한 네티즌을 가르치려는 태도를 보인다. 실제로는 작은 약점을 크게 과장하거나, 교묘히 논리를 비틀어 큰 문제를 작은 문제와 같은 수준으로 축소하는 등 논쟁을 비생산적으로 만드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바람 핀 남친이 잘한 건 없지만, 올리신 글 보니 여자분도 어떤 분인지 알 만하네요`나 `북한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남한이 도발하니 북한도 공격한 겁니다`라는 식이다. 반박하기 쉽지 않고 그럴듯해 보이는 말이지만 별로 도움도 안 될 뿐더러 은근히 화를 북돋운다.
선비란 본래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물을 탐내지 않는 고결한 인품을 지닌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세상 물정에 어두우면서 자기가 가진 약간의 지식만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훈계하고 가르치려 드는 사람을 뜻하는 부정적 의미도 있다. 비슷한 말로 `훈장질` `선생질` 등이 있으나 인터넷에선 `선비` 혹은 `선비질`이 주로 쓰인다.
수많은 인터넷 게시판과 카페·블로그, 소셜 네트워크 등에는 온갖 내용의 글이 쏟아진다. 읽는 사람은 쓰는 사람이나 그 사람이 처한 환경에 대해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글을 접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기만의 생각이나 상식에 기대 쉽게 단죄하거나 훈계를 늘어놓는 사람이 많아진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키보드 배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작은 논리의 허점을 비집고 들어가거나, 논리에서 밀렸음에도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반격을 가해 상대에게 정신적 피해를 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선비질은 키보드 워리어들의 좋은 무기다. 한 네티즌은 선비를 `도덕과 윤리를 악플의 도구로 삼는 사람`이라고 명쾌하게 정의했다.
*생활 속 한마디
A:연쇄 살인마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범죄자에겐 인권도 없다는 듯이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문제야!
B:역시 선비님의 식견은 남다르십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