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각) 오전 8시 30분. 샌프란시스코 예바 부에나 센터 밖은 이미 세계에서 몰려온 기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이폰5 공개 장면을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려는 열띤 취재 경쟁이 펼쳐졌다. 흥분과 기대를 안고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매년 IT업계 최대 루머를 양산하는 아이폰 신제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폰5는 철저한 비밀이 보장됐던 과거 제품과 달리 루머가 대부분 현실화했다. 그래서인지 필립 슐러 애플 수석부사장이 아이폰5를 소개했을 때 충격은 약했다. 전작과 비슷한 디자인에 화면만 세로로 길어진 모습이었다.
발표가 끝나고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미 기자로 가득 찬 체험장에서 남아 있는 아이폰 한 대를 낚아채 손에 쥔 순간 조금 전 느낀 실망감은 사라졌다. 삼성전자와 특허소송의 발단이 됐던 직사각형 모양의 둥근 모서리 정체성을 그대로 간직했다. 디자인은 전작과 비슷했지만 얇고 가벼우며 고급스러운 질감은 사용자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유리와 알루미늄이 조화를 이뤄 완성도를 높였다. 클래식이었다. 스마트 아이콘 애플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새 제품을 내놨다.
여기저기서 애플의 혁신이 사라졌다고 말하지만 아이폰5는 애플다운 혁신을 꾀한 제품이다. 처음 아이폰을 만들었을 당시를 잊지 않고 사람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화면 크기와 두께, 무게를 고려하면서 200여가지 새 기능을 넣었다.
“아이폰은 당신과 늘 함께하는 제품입니다. 사람들이 아이폰과 맺고 있는 관계를 고려할 때 우리는 아이폰 변화를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아이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의 결과가 아이폰5입니다.” 조너선 아이브 애플 디자인 수석부사장의 말이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특허소송을 벌이며 디자인에 집착한다. 아이폰 디자인은 애플 그 자체기 때문이다. 변치 않는 디자인 개념 속에 새 기술과 기능을 담는 것이 바로 애플의 혁신이다.
샌프란시스코(미국)=김인순 통신방송산업부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