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내년에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늘린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세계적 경기 침체 아래 허덕이는 우리 경제에 단비 같은 결정이다. 2% 지키기가 어려워 보이는 경제 성장도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는 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3일 회장단 회의를 열고 120조9000억원에 이르는 30대 그룹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작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 수치다. 8.3% 늘어난 시설 투자에도 눈길이 가지만 17.6%나 급증한 연구개발(R&D) 투자는 더욱 의미가 크다.
스마트폰 혁명에서 알 수 있듯이 하나의 혁신은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고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R&D 투자는 혁신의 기초공사다. 상대적으로 자금이 풍부한 대기업이 획기적 원천 기술과 응용 제품을 만들어내면 산업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매우 크다.
고용 증가는 단지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국민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국가적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차원에서 더욱 긍정적이다. 그래도 3.4%는 모자라는 감이 있다. 상황은 빠듯하겠지만 채용을 좀 더 늘리길 기대한다. 대기업에서 최근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고졸 채용도 이벤트에 그치지 말고 균등한 기회 제공이라는 사회적 책무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의존도가 높다. 30대 기업 매출이 국민총생산을 추월할 정도다. 대기업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 바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중소기업을 압박하고 골목 상권에까지 진출하면서 비난도 면치 못했다. 대기업은 살찌는데 국민은 야위어가는 불균형도 나타났다.
대기업이 내년을 바라보며 내린 통 큰 결정이 열매를 맺으려면 단지 선언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 집행이 뒤따라야 한다. 말만 앞서고 실천이 없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래야 경제도 발전하고 대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온기를 되찾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