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R&D장비 개방…편히 쓸 수 있게

수많은 국정감사 메뉴 중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게 있다. 연구개발(R&D) 장비 중복투자 문제다. 기업을 지원하는 기관마다 R&D 장비를 도입해 중복·과잉 투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그때마다 정부는 개선하겠다고 대답했고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정부는 다섯 곳으로 분산돼 있던 R&D장비 도입 타당성 검토 관리기관을 정리하기 위해 `연구 장비 효율적 관리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중복·과잉 투자를 막고 연구 장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연구장비평가단`을 꾸렸다.

이번에는 R&D 장비 활용을 높이고 예산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내놨다. 지식경제 R&D 공용장비 1만850건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R&D 장비 DB를 개방하고 개방형 통합안내 시스템을 구축해 장비 활용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고가 R&D 장비를 구입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장비 구축에 예산을 투입했다면, 이제는 기존에 구축한 장비를 더 많은 기업과 기관이 활용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가 지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도입한 R&D 장비는 총 1만8000건이며 이 가운데 1만850건이 공동 장비다. 공동 R&D 장비 활용률을 5%만 높여도 연간 8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내년 9월에는 온라인으로 유휴 R&D 장비를 검색해서 활용할 수 있는 장비아웃렛도 운영한다고 한다. R&D 장비 활용률은 물론이고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던 기업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방형 통합안내 시스템만 갖춘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먼저 편리하고 유용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수요기업에 널리 알려야 한다. 또 이 프로그램을 기업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제공하는 수준이 아니라 친절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관리기관의 문턱이 높으면 아무리 좋은 제도도 그림의 떡이다.